일본의 8·30총선이 18일 공시되면서 12일간의 공식 선거전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차기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가 41%,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20%로 나타났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일본 정치 경제의 기존 역학관계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찰떡궁합을 과시해온 재계단체 경단련(經團連)과 자민당의 관계 재설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치헌금을 더 달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종전처럼 자민당에 정치헌금을 몰아주지만 않는다면….” 일본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이달 초 재계단체인 경단련과의 정책설명회에서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재계의 정치헌금으로부터 소외돼 온 서운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좌중에는 폭소가 쏟아졌지만 이를 지켜보는 경단련 간부들은 민주당의 일침에 좌불안석이었다.
○ 뿌리 깊은 인연
○ 고민에 빠진 경단련
민주당은 자민당과 경단련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를 손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우선 정부와 각종 업계단체, 기업 또는 국민이라는 3층 구조로 돼 있는 일본의 사회구조를 정부와 국민(또는 기업)을 직접 잇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와 국민(또는 기업)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해온 업계단체가 존재감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민주당은 경단련과 자민당의 핵심 연결고리인 특조도 30∼50% 삭감할 계획을 세웠다.
난감해진 경단련은 통상 9월에 발표하던 정당 정책평가 결과를 두 달 뒤로 미루는 등 민주당과의 관계 회복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제정책은 경단련의 입장과 거리감이 커 마냥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단련 측은 “모든 게 분명했던 기존 질서가 미궁에 빠졌다”면서 “얼굴은 여전히 자민당을 향하고 있지만 눈은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며 초조해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