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영된 일본 니혼TV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진상보도, 현장기자!’. 방송국의 전현직 사장을 비롯한 간부와 제작진이 잇따라 출연해 “시청자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방영됐다. 지난해 11월 오보 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지 9개월이 지난 이날 오후 6시 정규 프로그램에 이어 24일 0시 50분에는 ‘오보 검증 특별방송’을 편성해 시청자에 대한 사죄와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 제작진 전원 “깊이 사죄”
니혼TV의 ‘진상보도, 현장기자!’는 지난해 11월 한 건설사 전직 임원의 제보를 바탕으로, 일본 중서부 기후(岐阜) 현이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후 현의 자체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허위 증언을 철저한 검증 없이 방송한 오보’였음이 드러났다.
올 3월 책임을 지고 사퇴한 구보 신타로(久保伸太郞) 전 사장은 이날 검증방송에 직접 출연해 “현장 취재와 사내 보고·연락체계, 상사의 판단 등 취재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시청자와 기후 현에 깊이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보도국장과 제작 간부들도 “철저히 검증하지 못해 신뢰를 잃었다”며 사죄했다. 현 사장은 “신뢰 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 프로그램은 허위 증언을 제보받은 경위와 취재과정, 내부회의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거짓 제보임을 밝힐 기회가 있었는데도 취재팀이 의혹을 간과한 채 상사에게 판단을 미뤘고, 간부들은 검증과 판단을 잘못했다”며 “보도기관으로서 치명적 실수였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방송은 또 NHK와 민영방송으로 구성된 ‘방송윤리·프로그램향상기구(BPO)’가 지난달 니혼TV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오보 검증방송을 하도록 권고한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오보로 판명된 뒤 자체조사를 거쳐 3월 초 방영한 1차 검증방송에 대해 “우리도 허위 증언에 속은 피해자라는 식으로 보도한 것도 부적절했다”며 거듭 사과했다.
니혼TV는 재발 방지책으로 △방송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시간에 쫓겨 하는 취재 금지 △취재의 기본과 위기관리 대응책을 익히기 위한 연수제도 신설 등을 제시했다.
○ 한 프로그램 오보로 방송국 전체 신뢰도 추락
‘진상보도, 현장기자!’는 2002년 시작돼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300회를 넘긴 니혼TV의 대표적 프로그램이지만, 한 차례의 오보로 방송국 전체가 흔들렸다.
구보 당시 사장은 “지휘감독 책임을 지겠다. 사태의 중대성을 전 사원에게 인식시키겠다”며 사퇴했다. 보도국장은 경질됐고 담당 프로듀서와 데스크도 징계를 받았다. 허위 증언자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BPO는 지난달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방향과 시나리오를 미리 정해놓고 관계자 코멘트와 영상을 꿰맞췄다. 방송윤리 위반의 정도가 엄중하니 검증방송을 하라”고 권고했다. 이 같은 BPO의 권고를 니혼TV가 수용해 이날 방송이 이뤄졌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