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의 랜드마크인 중국중앙(CC)TV의 신축 사옥이 외설 논란에 휩싸였다. 비스듬하게 세워진 높이 234m의 52층 빌딩과 194m의 44층 빌딩을 지상 162m 높이에서 연결한 본관은 독특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어왔다. 올해 2월에는 부속건물인 159m의 30층짜리 빌딩이 폭죽 불꽃이 튀면서 불타 화제가 됐다.
외설 논란은 설계자인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 씨가 촉발했다. 그는 최근 한 책에서 “건물 디자인에 남녀의 생식기를 숭배하는 토템 의식을 반영했다”고 밝혔다고 런민왕(人民網) 등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본관 디자인은 벌거벗은 여자가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고, 부속건물의 디자인은 남자의 ‘그곳’을 상징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앞서 그는 2003년 설계안을 제시하면서 “광장 한편에 세워져 도시의 기생충처럼 보이는 빌딩들을 연결해 미래 도시생활이 완전히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다. 이 건물이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와 수영장 수이리팡(水立方) 등과 함께 베이징의 대표적 건물인 만큼 중국인 전체를 농락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건축계도 “속았다”고 분개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별것 아니라는 반응도 있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기관지 중국청년보는 21일 “행복과 번성을 추구하는 생식기 숭배의 토템 의식은 건축물에 종종 차용돼 왔다”며 “이를 두고 큰 불경죄를 저질렀다는 식의 해석은 무리”라고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