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자동차 니코틴 함량, 술집 보다 높아

자녀를 담배 연기가 자욱한 레스토랑이나 술집에 데려가는 것보다 흡연자 부모의 자동차에 태우는 것이 건강에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흡연자의 자동차 속 니코틴 농도가 레스토랑이나 술집보다 1.5배 더 높아 간접흡연의 위험이 그만큼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흡연 규제' 온라인 판에 실렸으며 미국 의학 웹진 메디컬뉴스투데이 등이 25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자동차로 30분 이상 출퇴근하는 흡연자 17명과 비흡연자 5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자동차 속 니코틴 함량을 측정했다. 조수석과 운전자 뒷좌석 두 군데에 모니터를 설치하고 24시간 공기를 감시했다.

흡연자 자동차 내 공기의 니코틴 함량은 9.6μg/㎥ 로 담배가 허용된 공공장소나 개인 사무실의 2배에 달했고, 술집이나 레스토랑보다는 40~50%가량 높았다. 반면 비흡연자의 차량 내 니코틴 함량은 미미했다.

운전자가 1~3개의 담배를 피우자 실내 니코틴 함량은 비흡연자 차 안보다 72배나 높아졌다. 또 담배 한 개비를 태울 때마다 승용차 실내 니코틴 농도는 1.96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문을 열면 일시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자동차 시트에 배어 있는 니코틴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차 속에서 금연하는 캠페인과 법적인 강제가 시급하다"며 "특히 아이들이 차에 탔을 때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간접흡연으로 흡수하는 담배 연기는 담배 필터를 거치거나 흡연자의 폐를 거친 후 공기 중에 퍼지는 연기보다 2배 이상의 니코틴과 타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3배, 일산화탄소가 5배, 암모니아가 50배 이상 포함돼 있다.

어린이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온 부모와 접촉하면 옷이나 몸에 묻은 담배의 독성 물질이 어린이에게 흡수돼 지적 능력 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신경계에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발표도 있다. 호흡기와 폐가 미성숙한 신생아는 천식이나 폐렴을 유발하거나 심한 경우 돌연사할 수 있다.

한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25일 자동차 운전 중 흡연을 금지하고 위반했을 때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