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비서진이 콘서트 참석을 일정에서 뺐다는 걸 알게 된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이건 용납할 수 없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 비서진은 대통령이 짜증스러워하는 일의 리스트에 '아빠로서의 역할을 방해받는 것'을 추가했다.
정치뉴스 웹사이트 '폴리티코'는 25일 오바마 대통령의 지인과 참모들을 인용해 그가 짜증스러워하는 사소한 일들을 소개했다. 하루 일과와 관련해 그가 특히 싫어하는 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못하게 되는 거다. 보통 아침에 또는 저녁 이벤트에 앞서 운동을 하는데 그걸 못하면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TV 출연에 앞서 얼굴에 파우더를 바르는 것도 질색한다.
행사에 앞서 비서진이 일거수일투족을 시시콜콜 규정하는 걸 싫어한다. 비서팀이 "질문은 1개만 받으라"고 주문하면 실제론 2개를 받곤 한다. 회의에 늦는 것도 싫어한다. 다른 모든 이들의 시간을 뺏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다른 사람이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할 만큼 혼자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싫어한다. 준비가 덜 된 채 와서 설익은 아이디어를 늘어놓는 것도 싫어한다. 이미 보고서를 통해 자세히 브리핑한 내용을 장황하게 다시 설명하는 것도 싫어한다. '시간을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한다는 것. 할말을 자신에게 직접 하지 않고 빙 돌리는 걸 싫어하고, 맥빠진 연설문에도 김빠져한다.
사진촬영 요구에 잘 응해주지만 셔터를 끝없이 눌러대는 건 질색이다. 지난해 시카고에서 둘째 딸을 할로윈 파티에 데려다주던 그는 사진기자들이 계속 따라오며 셔터를 눌러대자 "이미 많이 찍었잖아요. 제발 우리를 그냥 놔둬주세요"라며 딸과 함께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야구모자나 점퍼 등을 입어야 하는 행사에서 자신이 열광하는 '시카고 화이트 삭스'가 아닌 다른 팀 로고가 들어간 걸 입어야할 경우 풀이 죽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속으로 짜증이 났을때도 화를 내거나 소리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부자연스런 웃음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금방 눈치를 채게 만든다. 한번은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던중 누군가의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 연설을 잠시 멈춘 오바마 대통령은 웃으며 물었다. "누구네 오리가 꽉꽉대네요. 그 링톤 어디서 구할 수 있어요?" 그리곤 곧 연설로 돌아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