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하락 高위험 통화로” VS “유로-엔, 투자자들 매력 못느껴”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 기축통화 대체 논란 다시 불붙어

올해 상반기 중국과 러시아가 달러화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하는 새로운 통화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후 잠잠하던 ‘기축통화 대체’ 논쟁이 최근 미국 경제 및 학계 거물들이 가세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 달러, 기축통화 역할 다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19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무절제한 탄소 배출이 빙산을 녹이는 것처럼, 무분별한 달러 방출은 (달러의) 구매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희생을 위해 쏟아 부은 달러가 앞으로 달러 가치의 하락을 가져오리라는 우려였다. 유명 채권투자회사인 핌코도 이날 보고서를 펴내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며 “3월 이후 달러의 가치는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12%나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유엔 주최 회의에서 “새로운 글로벌 기축통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미국의 2010∼2019년 누적 재정적자가 9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백악관의 발표도 달러의 지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로, 엔, 위안화 아직은 역량 미흡

그러나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배리 아이첸그린 교수(경제학)는 국제관계 전문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스 최신호(9·10월호)에서 달러를 대체할 엔, 유로, 중국 위안화, SDR가 기축통화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달러가 과거만큼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동안 기축통화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엔의 환율을 의도적으로 낮고 경쟁력 있게 유지하면서, 엔이 국제적 통화로 사용되는 것을 꺼려 왔다. 이런 정책 때문에 현재 엔 시장의 유동성은 제한돼 있어 각국 정부나 투자자들은 엔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유로를 자국 통화로 하는 ‘유로 영역’(유럽연합 중 16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에 필적할 만큼 크다. 그러나 유로는 동유럽 국가와 여전히 파운드를 쓰는 영국이 유로를 채택해야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과제는 아니다.

위안화는 중국 본토나 홍콩, 마카오에서만 쓰이고 있다. 이런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면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중국 금융시장의 완전 개방이 선결조건이다. 그러나 이는 은행의 자국기업 지원과 고정환율제를 통한 발전이라는 기존 성장모델의 포기를 의미해 쉽지 않다.

SDR는 현재 정부 대 정부, 정부 대 IMF 간의 결제에만 사용된다는 약점이 있다. SDR를 민간시장에서도 사고팔 수 있어야 하지만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IMF로서는 수락하기 쉽지 않다.

아이첸그린 교수는 또한 지난해 금융위기 속에서도 미국 정부채권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수요가 크게 늘었고, 세계 외환보유액의 64%를 여전히 달러가 차지하고 있는 점을 들어 달러의 중요성은 감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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