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추모열기를 ‘케네디법’으로 승화
○ 죽은 케네디가 건보개혁을 구해줄까
케네디 의원에 대한 국가적 추모 열기가 건보개혁의 추동력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민주당 원로인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은 26일 “이제 악다구니를 멈추고 진지한 토론을 하자. 그것이 미국인 모두가 의료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한 케네디 의원을 기리는 길”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케네디법’이라고 이름 붙이자고 제안했다. 버드 의원은 케네디 의원이 1969년 최연소 상원 원내 부대표(Whip)로 선출돼 승승장구하다 스캔들로 휘청댄 직후인 1971년 1월 당내 선거에서 부대표 자리를 빼앗은 라이벌이었다.
리버럴 정치인의 상징이었던 케네디 의원의 타계에 진보그룹도 결속하고 있다. 서비스업 노동자 국제연맹은 이날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연내에 건보개혁을 이루자”고 촉구했다. 루머와 자극적 비방을 여과 없이 전달해온 상당수 언론과 논객들도 신중해지고 있다.
하지만 건보개혁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초당적 협상을 통해 공화당을 설득할 견인차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거물 정치인의 부재(不在)가 오바마 대통령에겐 너무도 큰 전력(戰力) 상실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 슈퍼60석 상실,필리버스터 발목
○민주당 슈퍼 60석 잃다
케네디 의원의 타계로 민주당은 ‘슈퍼 60석(Super Majority)’을 51일 만에 잃었다. 건보개혁안이 올가을 의회 표결에 부쳐질 경우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지연)를 넘어서기 위해 슈퍼 60석이 절실한데 1석이 모자라게 된 것이다.
미국은 원래 상원의원 궐석 시 주지사가 후임을 임명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매사추세츠 주는 의원직 공석 후 145∼160일에 특별선거로 후임자를 뽑도록 되어 있다. 2004년에 이 지역 출신 존 케리 의원이 대선 후보가 되자 당시 주 의회 다수당이던 민주당이 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케리 의원이 대통령이 될 경우 후임자를 당시 공화당 소속의 미트 롬니 주지사가 임명하게 되는 걸 피하려고 꾀를 부린 건데 결국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됐다.
이런 사태를 예견한 케네디 의원은 지난주 주의회와 주지사에게 편지를 보내 “상원의원 궐석 시 특별선거전 때까지 임시로 후임 의원을 주지사가 즉각 지명하도록 주 선거법을 바꿔달라”고 주의회와 주지사에게 유언처럼 요청했다. 디발 패트릭 주지사도 26일 선거법 개정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은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내년 1월 하순까지 궐석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