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철강산업 퇴조 타격… 신재생에너지 산업육성 나서
정부-주민 눈물겨운 노력…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성장
26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도심에 있는 워싱턴 산 정상. 한국의 가을하늘을 연상케 할 만큼 높은 하늘 아래 위치한 피츠버그는 아득히 먼 곳까지도 선명하게 보일 만큼 시계(視界)가 투명했다. 오하이오 강과 앨러게니 강, 그리고 머농거힐러 강 등 3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포인트스테이트 파크가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선명했다. 20세기 초 최고의 철강도시로 각광을 받았지만 철강산업이 퇴조하면서 경기침체와 공장에서 내뿜는 검은 연기 때문에 거무튀튀한 이미지로 채색됐던 피츠버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안내를 맡은 케빈 에반토 앨러게니 카운티 홍보국장은 “피츠버그를 되살리기 위해 시 정부와 시민이 최근 10년간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죽어가던 철강도시가 첨단산업도시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24, 25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피츠버그의 달라진 모습을 세계에 알리고 또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시내에 들어서자 경기침체의 영향을 심하게 받은 다른 도시들에선 느낄 수 없는 활력이 넘쳐났다. 중심가인 그랜트 가(街) 피츠버그 시청 앞에는 G20 정상회의를 알리는 휘장이 거리 양쪽에 빼곡히 걸려 있었다. 세계 각국 언어로 표시된 환영 메시지 속에서 ‘환영합니다’라는 한국어 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과거 철강산업을 통해 미 동부지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로 성장한 피츠버그는 1970년대 철강산업 퇴조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요즘 디트로이트 등 자동차벨트 산업도시들이 겪는 것처럼 도심엔 버려진 집과 공장이 늘어났다. 피츠버그 시민들은 낙담 대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자 노력했다. 친환경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태양에너지에 주목했다. 미국 연방 에너지부가 선정한 태양에너지 도시 13곳 중 하나로 선정된 뒤 친환경적이며 고갈될 염려가 없는 태양에너지를 육성하기 위해 연방정부에서 자금과 기술을 지원받았다.
철강도시였던 피츠버그의 주력 산업 자리는 환경, 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로봇, 헬스케어, 핵공학, 바이오의학 기술, 파이낸스 등 첨단기술 업종이 하나씩 차지했다. 피츠버그 상공회의소의 캐서린 드로리 씨는 “2008년 ‘사이트 셀렉션’지가 선정한 비즈니스 투자를 하기에 적합한 10대 도시 중 하나로 뽑혔다”며 “한 산업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성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시 당국은 버려진 산업시설 지역을 새로운 주택과 쇼핑, 사무단지로 재개발했다. 철강공장에서 내뿜는 매연 등으로 거무튀튀하던 건물의 외벽을 깨끗하게 닦아냈고 중심가의 낡은 건물을 대대적으로 수리했다. 시내의 많은 건물이 태양열로 냉난방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그 결과 피츠버그의 주택시장은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폭락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타격 없이 경제위기를 넘겼다. 전국적 실업대란 상황에서도 피츠버그는 일자리가 늘고 있다. 2007년에 포브스지가 선정한 청정도시 10위로 뽑혔고, 지난해엔 젊은 전문직 종사자가 살기에 좋은 도시 13위로 뽑혔다.
야구장인 PNC파크 앞에서 만난 스티븐 스미스 씨(피츠버그포스트 가제트지 경제부 기자)는 “늦은 저녁에 시내를 걸어 다녀도 위험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미국 내 대도시 중 하나가 피츠버그”라며 “최근 비즈니스위크는 자녀를 키우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이곳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피츠버그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G20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막바지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20은 외교 행사지만 이를 계기로 그동안 소리 없이 탈바꿈해온 피츠버그의 재탄생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넘쳐났다.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