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훑기로 자민표 빼앗아 ‘오자와 그룹’ 100명 넘게 당선 일본 민주당의 정권교체는 사실상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의 작품이다. 선거의 귀재로 불리는 오자와 대표대행은 이번 총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지휘했다. 후보 공천도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민주당의 압승을 두고 ‘오자와의 승리’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자와 대표대행은 2006년 4월부터 3년 동안 대표를 맡아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키웠다. 그러나 필생의 꿈이었던 총리 자리를 몇 달 앞두고 불법정치자금 수수의혹이 터져 5월 대표직을 사퇴해야 했다. 이후 그는 ‘선거 담당 대표대행’을 자청해 맡으면서 전국의 지역구를 소리 없이 누볐다. 선거자금도 그의 손을 거쳐 배분됐고 자민당을 뿌리부터 뒤흔든 ‘이익단체 이탈’도 그의 집요한 밑바닥 훑기 전략에 의한 것이었다. 자민당 거물의 지역구에 참신한 젊은 여성을 ‘미녀 공천’ 하는 등 외부로부터의 신인 영입도 그의 몫이었다. 이에 따라 현재 50명 정도인 당내 ‘오자와 그룹’은 총선 후 100명을 훨씬 넘어섰다. 의석수 2위로 내려앉은 자민당보다 큰 규모로, 명실상부한 집권당의 대주주인 셈이다. 이번에 오자와 대표대행의 손을 거쳐 새로 배지를 단 의원들은 ‘오자와 칠드런’이라 불린다. 오자와 대표대행은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 정권의 막후에서 실력자로 군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가의 관심은 그가 앞으로 어떤 자리를 맡을지에 쏠리고 있다. 선거담당 대표대행에 유임되거나 당의 핵심 포스트인 간사장을 맡을 것이란 말이 나오지만 정작 그 자신은 입을 다물고 있다. 총리 직이 아닌 바에야 각료 등 공직을 맡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