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앙숙 터키-아르메니아 “경제가 우선” 국교수립 합의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100년 가까이 적대관계를 이어온 터키와 아르메니아가 이른 시일 내 국교를 수립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양국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공동 발표문을 통해 국교 수립 및 국경 재개방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발표문에서 “앞으로 6주 안에 국교 수립에 관한 협정문 작성을 마친 뒤 서명하고 각국 의회에 비준동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은 협정이 발효되면 두 달 안에 국경을 열고, 과거사 문제를 논의할 합동위원회를 세우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터키-아르메니아의 불편한 관계는 20세기 초에 벌어진 비극이 발단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직후인 1915∼1917년 당시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아르메니아에서 주민들이 대규모로 살해됐다. 아르메니아 측은 오스만제국이 인종·종교적으로 갈등 관계였던 아르메니아의 주민 150만 명을 조직적으로 대학살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터키 측은 아르메니아―오스만제국 간 내전으로 양측에서 각각 30만∼50만 명씩 희생된 것이지 일방적인 학살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후 아르메니아는 옛 소련에 편입됐다가 1991년 독립했지만 지금까지 터키와 외교관계를 맺지 않았다. 또 1993년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과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놓고 영토분쟁을 벌였을 때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하면서 터키와 아르메니아는 국경을 봉쇄했다.

양국이 화해하게 된 것은 국경을 개방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터키는 아르메니아와 학살 문제와 관련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유럽연합(EU) 가입 및 미국과의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은 지난해 7월부터 스위스의 중재 아래 협상을 시작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이 양국 간의 월드컵 축구 예선경기를 보기 위해 아르메니아를 방문하면서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맞았다. 올 4월 양국은 관계 정상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