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시장의 미래는 암울한가.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럭셔리 분야의 최고 이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미셸 슈발리에 파리 도핀대 경영학과 교수(사진)를 만났다. 그는 “럭셔리 산업의 앞날은 여전히 밝으며, 온라인 유통과 중국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올 상반기(1∼6월) 세계 럭셔리 분야의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미국이 전년 동기 대비 40% 곤두박질했고 유럽 일본 한국은 10∼15% 줄었다. 유독 중국만 10% 늘었다. 슈발리에 교수는 “성숙된 시장일수록 값비싼 시계와 보석 등 ‘속물적으로 번지르르한’ 제품은 주목을 받지 못한다”며 “이런 때일수록 소비자들은 브랜드 전통과 품질을 갖춘 제품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럭셔리 업계의 교과서로 통하는 ‘럭셔리 브랜드 경영’(2007년)을 펴냈던 그는 이달 중 프랑스에서 ‘럭셔리 차이나’란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중국은 이미 ‘상하이탕’ 등 럭셔리 브랜드를 갖춰 2015년이면 세계 럭셔리 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대개 여자가 구매하는 일본과 달리 중국에선 남자가 ‘큰손’입니다. 중국 남자는 여자에게 선물할 때는 사이즈를 잘 몰라 옷보다는 핸드백과 스카프를 삽니다. 자신을 위해서나 남자끼리 비즈니스 선물을 할 땐 고급 시계나 정장을 사죠. 중국 럭셔리 매장에 두 남자가 있다고 칩시다. 한 남자는 물건을 고르고 또 다른 남자는 소파에 앉아있지요. 돈은 누가 낼까요? 소파에 앉았던 남자죠. 바로 중국 럭셔리 시장을 키우는 접대성 선물 문화입니다.”
이날 슈발리에 교수는 중국 상하이에서 맞췄다는 양복, 이탈리아 ‘살바토레 페라가모’ 넥타이, 프랑스 ‘부셰론’ 시계 차림이었다. 그는 “이 옷과 시계를 착용하면 정성 들여 만든 제품이라는 자부심마저 느껴진다”며 “이런 즐거움이 럭셔리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는 “럭셔리는 점차 수요가 늘어나 향후 온라인 유통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로 20년 동안 럭셔리 업계에 몸담았던 슈발리에 교수는 창조성, 장인정신, 글로벌 유통망을 럭셔리 브랜드의 조건으로 꼽는다. 그는 “일본은 ‘시세이도’ 브랜드를 1970∼1990년대 키우지 못해 럭셔리 강국이 되지 못했다”며 “한국 화장품 ‘아모레퍼시픽’은 이들 조건을 갖춰 세계적 럭셔리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파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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