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사진)이 숨진 지 70일 만인 3일 오후 8시(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공원묘지에 묻혀 영원히 잠들었다. 6월 25일 숨진 잭슨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북쪽 글렌데일의 포리스트론 공원묘지에서 가족과 친구 등 2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장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잭슨은 묻혔지만 그의 사망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AP통신은 로스앤젤레스카운티 검시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잭슨의 죽음은 강력 마취제 ‘프로포폴’ 주사로 인한 ‘호미사이드(homicide)’라고 보도했다.
당시 미국 언론 보도에 따라 한국 언론들은 잭슨의 죽음을 ‘살인’이라고 전했다. 잭슨의 사망 사건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논란이 한창이다. AP통신이 같은 기사에서 ‘살인’이라는 결론과 모순되는 내용을 함께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 통신은 잭슨에게 마취제를 주사한 그의 주치의 콘래드 머리 박사에 대해선 “어떤 범죄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았다(has not been charged with any crime)”고 보도했다. 살인은 벌어졌지만 살인자는 기소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혼란은 미국과 한국의 형벌 체계가 차이 나는 데다 호미사이드 해석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변호사들은 “호미사이드에 대한 정확하고 명료한 한국의 법률 용어는 없다”고 설명한다. 굳이 바꾸자면 ‘사람을 죽게 한 죄’라는 것이다. 미국 형벌 체계에선 호미사이드를 다시 ‘머더(murder·계획에 따라 고의로 저지른 살인)’와 ‘맨슬로터(manslaughter·고의 없는 살인)’로 나눈다. 미국 법을 공부한 한국 판사들은 “호미사이드를 ‘살인’으로 옮길 때 한국인들이 받는 인상은 머더가 주는 느낌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경찰당국은 머리 박사에 대해 ‘맨슬로터 관련 수사 대상’이라고만 밝혔다. 맨슬로터는 해치려는 의도나 계획 없이 사고나 부주의로 사람을 죽인 것을 말한다. 미국 현지의 한 변호사는 “머더는 상대적으로 명확한 경우가 많지만 맨슬로터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4월 로스앤젤레스의 지역 언론인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는 40대 남성이 운전 중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로 수감돼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남성의 행위는 음주운전 사고에 적용되는 맨슬로터였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호미사이드(homicide) ::
통상 살인으로 번역하지만 정확한 한국 법률용어는 없다. 머더(murder)와 맨슬로터(manslaughter)로 나뉜다. 머더는 정상적인 사람이 해치려는 의도와 사전 계획에 따라 고의로 사람을 죽인 행위로 1급 살인과 2급 살인이 있다. 맨슬로터는 해치려는 의도나 사전 계획 없이 실수나 부주의로 사람을 죽게 한 행위로 한국 형벌 체계의 과실치사가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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