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4일 새벽 ‘쿤두즈 공습’이 민간인 오폭(誤爆) 논란에 휩싸이면서 나토의 주축인 미군과 독일군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독일은 9·27 총선을 앞두고 터져 나온 아프간 민간인 오폭 논란이 독일 내 반전(反戰) 정서를 자극하는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적극 진화에 나섰다.
미군은 독일군이 초기 현장 판단과 사후 대응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외부에 흘리고 있다. 반면 독일군은 당시 급박한 상황을 들면서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AP통신은 7일 나토와 아프간 정부의 합동 진상조사가 시작되면서 공습에 관여한 미국과 독일이 서로 비난을 비켜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민간인 희생을 낳은 이번 공습은 쿤두즈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독일군의 요청에 따라 미군 전투기가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아프간 주둔 미군 대변인인 그레고리 스미스 해군 소장은 “적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을 늘어놓기 전에 공습 현장을 보존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중요하다”며 “그러나 독일군은 4일 새벽 공습 이후 현장을 방문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고 늑장 대응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밀 공습 지원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전투기 조종사가 아니라) 현장 지휘관으로 이것은 원칙”이라면서 독일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및 나토군 사령관도 공습 현장을 둘러본 뒤 북부지역 사령관인 게오르그 클라인 독일군 대령에게 “왜 서둘러 오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클라인 대령은 “솔직히 말해 그것은 실수였다”고 대답했다고 AP는 전했다.
독일 측은 프란츠 요제프 융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해명했다. 융 장관은 “독일군 기지로부터 6km 떨어진 지점에서 탈레반이 유조차를 탈취한 것은 독일군에 중대한 위협이었다”고 공습 요청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융 장관은 “탈레반이 독일군 기지를 공격하기 위해 유조차를 탈취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나는 독일군 지휘관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거듭 편들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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