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중학교 영어교사였던 진 캔티어스(가명·여) 씨는 이달 초 시작된 새 학기 수업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는 여느 때처럼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 대신 집에서 개인대출 관련 서류를 정리해야 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재직하던 학교에서 해고된 뒤 경제난으로 집마저 내놔야 할 상황이다.
캔티어스 씨처럼 일자리를 잃은 교사는 캘리포니아 주에만 최대 3만 명에 이른다. 최대 260억 달러의 예산적자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교육예산을 대폭 삭감한 결과다. 4월 이후 연방정부가 교육 예산을 긴급 수혈하면서 일부는 교사직을 되찾았지만 상당수는 아직도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에서만 2000여 명의 교사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캔티어스 씨는 “미래 세대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나에게 일종의 종교적 사명이자 내 정체성, 열정 그 자체였다”며 “직장을 잃은 내 처지보다 앞으로 교사 부족이 아이들에게 가져올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 학교들은 외국어와 음악, 미술, 체육 같은 과목과 특수교육 수업, 개인지도 프로그램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폐지한 상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올 서머스쿨 일정도 속속 취소됐다. 교사 1명당 학생 수는 늘어나고 도서관 운영이나 양호, 통학 같은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면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전국 바닥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캔티어스 씨 같은 교사들은 “(시기가 중요한) 교육의 특성상 학생들의 마음이 한 번 학교에서 떠나면 되돌리기가 어렵고, 그 부정적 영향은 경제위기가 끝난 후에도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음악이나 미술 같은 교양 수업의 폐지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감성 발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조만간 정규직 교사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주 정부의 재정악화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실업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미국의 실업이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의 상관관계를 규정한 ‘오쿤의 법칙(Okun's Law)’을 벗어나고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도 일자리 증가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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