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넷속어사전 속 한국 이미지

  • 입력 2009년 9월 1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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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뢰밭의 고향.'

어디일까. 정답(?)은 한국(Korea)이다. 미국의 인터넷 속어사전인 '도시사전(Urban Dictionary)'에서 'Korea'를 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뜻풀이다. 자못 황당하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사이트에 단어와 설명을 올리는 사람은 대부분 10대~20대 초반의 미국 누리꾼들이기 때문이다. 1999년 미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신입생 아론 펙컴 씨가 만든 도시사전은 10년 만에 북미에서 가장 유명한 속어사전이 됐다. 매달 방문자가 1500만 명을 넘고 이중 80%가 25세 이하다. 하루 1000~2000건의 속어, 신조어가 올라오며 현재까지 등재된 단어는 420만 개가 넘는다. 뉴욕타임스는 7월 "온라인상의 언어 자원으로서 도시사전은 이제 위키피디아에 필적한다"고 전했다.

역시 누리꾼들이 단어와 설명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위키피디아는 부정확하거나 근거가 희박한 설명은 삭제하거나 주의 표시를 붙인다. 온라인사전 제작의 '정파(正派)'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도시사전은 '사파(邪派)'에 가깝다. 팩컴 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위키피디아가 중립적 관점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정반대"라며 "모든 단어가 개인의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만의 관점에서 쓰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뜻풀이 역시 올린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정확한 설명이라기보다는 미국의 25세 이하 젊은이들이 갖는 이미지에 더 가깝다. 따라서 미국의 젊은 세대가 갖는 한국, 한반도에 대한 생생한 이미지는 부분적으로나마 도시사전에서 더 잘 나타날 수 있다. '한국(Korea)'부터 살펴보자. 한국에 대한 설명은 모두 14개다. 대부분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이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많이 하는 아시아국가'라는 풀이도 있다. 참고로 일본(Japan)에 대한 설명은 53개, 중국(China)은 56개다.

'남한(South Korea)'을 찾으면 10개가 나온다. 한국 유학생들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정식 사전적 설명 사이사이에 '아시아 어떤 나라보다 예쁜 여성이 많은 나라',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최다 배출국', '휴대전화에 폭 빠져 상상할 수도 없는 돈을 쏟아 붓는 한국인' 등 주관적 설명이 보인다. '북한(North Korea)'은 12개로 거의 다 부정적 이미지다. '종교와 언론 자유가 억압되고 국민 다수가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비밀스러운 국가', '집단수용소가 있는 유일한 나라.'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아 18세기 방식으로 불을 켜는 나라' 같은 오해도 보이고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휴가지'라는 반어법 조의 설명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 등재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광우병 파동 때 인터넷 등에서 조롱조로 떠돌던 '2MB'라는 말이 '이 대통령의 별명'이라는 설명으로 올라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관한 5개의 설명은 대부분 오명이다. '키 높이 신발을 신는 꼬마(midget)', '국민은 굶주리는데 코냑을 마시고 바다가재를 먹는 독재자', '북한을 지배하는 미치광이', '멍청이(jackass), 하지만 배짱(guts)은 있다' 등이다.

'서울'은 '거대 수도치고는 놀랄만하게 안전하고 친절한 도시'라는 긍정적 설명과 '외국인혐오증 환자로 가득 찬 도시'라는 악의적 설명이 공존한다. '김치'는 담그는 법, 재료 등을 요리책처럼 소개한 설명이 있는가 하면 '한국인이 사진 찍을 때 치~즈 대신하는 말'이나 '상업적·정치적 (스팸) 메시지', '한동안 짜증나게 쫓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뜻도 있다. 김치는 파생어도 여럿 있는데 '한국인을 모욕하는 말'이라는 '김치 도그', '엉덩이를 발뒤꿈치에 붙이고 쪼그려 앉는 자세'를 뜻하는 '김치 스콰트(squat)' 등이다. '한국 대중문화에 심취해 한국을 동경하는 사람'은 '김치 워너비(wannabe)'다. '동해(East Sea)'는 엉뚱하게도 '한국의 보신탕 체인점', '성형수술을 뜻하는 은어' 등으로 풀이됐다. 이밖에 태권도, 가수 보아, 비, 드라마 '대장금' 등도 도시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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