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관료들 입부터 다물라” 군기잡기

  • 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9분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신임총리가 16일 도쿄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관료들의 기자회견 및 정례 브리핑을 금지하는 등 관료 주도의 과거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기 위한 ‘군기 잡기’에 나섰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신임총리가 16일 도쿄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관료들의 기자회견 및 정례 브리핑을 금지하는 등 관료 주도의 과거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기 위한 ‘군기 잡기’에 나섰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출범 첫날부터 회견금지 지침

외상은 ‘한반도 밀약’ 등 보고 지시

“관료들은 입을 열지 말라.”

16일 출범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내각의 취임 일성은 ‘관료 군기잡기’였다. 하토야마 내각은 이날 밤 제1차 각료회의를 마친 뒤 ‘정치와 관료의 바람직한 모습’이란 제목의 지침을 각 부처에 전했다. 핵심 내용은 △기자회견은 각료 등 정치인만 하고 관료는 하지 말 것 △사무차관 등 관료의 정례 브리핑 금지 등이다. 한마디로 관료들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입을 열지 말라는 것으로, 관료 주도 국정운영을 정치 주도로 바꾸겠다는 상징적 조치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이미 예정돼 있던 언론 브리핑을 잇달아 취소하는 등 ‘입 닫기’에 들어갔다.

관료 개혁의 임무를 맡은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국가전략상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관료 주도 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게 일본을 재생시키는 지름길”이라며 “향후 100일간은 허니문 기간이니까 관료들이 실수하더라도 너그럽게 봐주겠지만 반드시 뜯어 고치겠다”고 천명했다.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상은 “혁명에 버금가는 개혁”이라며 국민의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언론 통제’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으나, 민주당 측은 “탈관료를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의 신임을 받은 데다 회의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 브리핑은 금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신임 각료들은 또 이날 심야부터 17일 새벽까지 TV 생중계로 열린 연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공약을 ‘강하게’ 또 ‘빨리’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밝혀 관료들을 긴장시켰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기자회견이 끝난 17일 새벽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외무성 사무차관에게 “1960년 일본과 미국 정부가 핵 항공모함 등의 일본 반입을 허용한 핵 밀약을 철저히 조사해 11월 말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오카다 외상이 조사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이 밖에 △1960년 한반도 유사시 전투행동에 대한 밀약 △1972년 오키나와(沖繩) 반환 당시 유사시 핵 반입 밀약 △미군기지 원상복구 비용 부담 밀약 등 모두 4개다. 자민당 정권에서 관료들은 “어떠한 밀약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해왔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은 4600억 엔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인 얀바 댐 건설에 대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관료들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인 데다 주민 반발이 심하다는 등의 사정을 신임 각료에게 설명하려던 참이었다. 그는 또 “관료의 낙하산 인사 금지는 국민에게 약속한 사안” 이라고 못박았다.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상은 “만일 사무차관이 반발한다면 이는 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관료들의 반발 가능성을 봉쇄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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