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남’ 땅값 급락 ‘미니 버블’ 붕괴 우려

  •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일본의 전국 땅값이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 등 3대 도시의 핵심 상권과 고급 주택지역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2007년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반짝 상승했던 부동산 미니버블이 2년 만에 붕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전국 표준지의 기준시가(7월 1일 현재)가 지난해 동기 대비 상업용지 5.9%, 주택용지 4.0%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상업용지와 주택용지가 각각 0.8%와 1.2% 내렸으나 올해는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상업용지는 2년 연속, 주택용지는 18년째 하락 추세다.

일본의 토지가격 하락이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지만 올해는 ‘불패신화’를 자랑해 온 3대 도시의 핵심지역 땅값이 두 자릿수 이상 폭락한 점이 눈에 띈다. 도쿄의 경우 고급 해외브랜드점이 밀집해 있어 이른바 ‘도쿄의 강남’으로 불리는 긴자(銀座)와 오모테산도(表參道) 등이 20% 떨어졌다. 또 고급 주택지인 다이칸야마(代官山) 덴엔초후(田園調布) 역시 10% 이상 폭락했다. 오사카와 나고야도 평균 5.0%와 4.9% 하락해 각각 4년과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특히 주택지보다 상업지의 가격 하락 폭이 더 컸다. 도쿄의 상업지 하락 폭은 8.9%, 오사카와 나고야도 각각 7.1%와 7.3%로 전국 상업지 평균(5.9%)을 크게 웃돌았다.

3대 도시의 핵심 상권과 고급 주택지의 땅값이 이처럼 줄줄이 하락한 데는 지난해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공실이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최근 일본 기업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도심지 사무실을 줄이거나 외곽으로 이전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가 하락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공실 확대→수익률 하락→부동산 매물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 이에 일본 경제계는 금융위기가 부동산발 자산 디플레이션 위기로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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