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열리는 제4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G20 정상회의 유치가 현실화되면 한국 외교사에 큰 획을 긋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24일 “G20 참가국들 사이에서 내년 회의를 한국에서 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로선 시기 조율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내년 G20 정상회의의 한국 유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도 21일 미국외교협회(CFR) 등이 주최한 오찬간담회에서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G20 정상회의가) 내년에 한국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은 배경으로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내년 G20재무장관회의의 공동 의장국이라는 점이 꼽힌다. 4월 영국 런던에서 2차 회의가 열린 것도 올해 의장국이 영국이라는 점이 작용했다고 한다. 한국이 금융위기 탈출의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정상회의 유치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한국이 정상회의를 유치하게 되면 그동안 서방 선진국들이 주도해온 국제경제 관련 논의에 좌장격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G20은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는 선진 7개국(G7)이나 주요 8개국(G8) 모임과 달리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놓으면서 국제 공조를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G20 정상회의는 미국 워싱턴(작년 11월), 영국 런던(올해 4월), 미국 피츠버그(현지 시간 24일부터 예정)에서 열렸다. 개최국만 봐도 세계 경제를 누가 이끌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평소 “경제 규모에 걸맞은 국제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작년부터 세계 경제의 컨트롤타워가 G20으로 넘어왔다”며 “한국에서 정상회의를 유치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느냐를 논의하는 장에서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G5, G7, G8, G20::
국가 간 협의체(group)를 뜻하는 약어다. G5(선진 5개국)는 1973년 오일쇼크 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경제 관료들이 참가하는 비공식 모임으로 출발했다. 이후 1975년 이탈리아, 이듬해 캐나다가 합류하면서 G7(선진 7개국)이 됐고, 1997년 러시아가 추가되면서 G8(주요 8개국)이 됐다. G20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선진국과 신흥공업국이 함께 논의할 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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