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먼 금융사 CEO가 위기 주범”… 보너스 제한 합의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 세계경제 어떤 해법
보수 상한선 못박자는 EU, 실적 연계하자는 美에 한발 양보
美재무 “强달러 유지 책임감”… 中 무역흑자 감축도 공감대

미국 필라델피아 주 피츠버그에서 24, 25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G20의 주요 8개국(G8) 대체와 정례화 △은행권의 과도한 보수 규제 △세계 경제 불균형 해소 추진 △부양책 지속 합의 등 굵직굵직한 결과물을 이뤄냈다. 지난해 11월 워싱턴과 올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가 세계 경제위기의 압박감 속에서 위기 탈출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진 것과는 달리 피츠버그 회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상대적 안도감 속에서 실질적으로 세계 경제의 미래를 논의하는 분위기였다.

○ 최고 경제협의체로 거듭난 G20

이번 회의는 24일 저녁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주최 만찬회의를 시작으로 25일 오전회의, 오찬회의, 오후회의 등 총 11시간여 동안 4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세션별로 글로벌 거버넌스 및 국제 금융기구 개혁, 세계 경제 및 성장, 무역·기후변화 재원 조성, 에너지 안보, 금융규제 개선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우선 먼저 눈에 띄는 결과물은 G20이 국제 경제 협력의 상설적 협의체로서 G8을 대체하게 된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25일 성명을 통해 “정상들이 G20 회의를 전 세계 경제 협력을 위한 최고협의체(the premier forum)로 만드는 역사적 합의를 도출했다”며 “더 강하고 균형 잡힌 글로벌 경제를 건설하고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며, 빈국의 삶을 개선하는 노력의 중심에 G20을 놓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 협의 과정에서 중국 인도 한국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위상이 대폭 높아짐을 의미한다.

G8은 폐지되는 대신 국제안보 이슈 등을 주제로 계속 모임을 가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상회의의 차원이 아니라 만남의 장으로 의미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G20이 G8을 대체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했으며, 그 바탕에는 G8 체제에서 소외돼 온 거대 개도국들의 요구가 깔려 있다.

○ 금융회사 보수 제한 합의

정상들은 금융기관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방만한 금융체계를 개선키로 합의했다. 아예 보수 상한선을 숫자로 못 박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그 이상은 받지 못하도록 하자는 프랑스 독일 등의 요구와 금융회사의 실적과 연계해서 보수를 제한하자는 미국의 의견이 맞섰다. 결국 유럽쪽이 미국의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수준에서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대체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G20의 금융분야 정책조정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금융규제 시스템 전면 개혁 작업을 실행하는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FSB는 자기자본이 낮은 금융회사의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보너스를 주지 못하도록 하고, 보수 총액과 금융회사의 실적을 연계하는 방안을 회원국들에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강한 달러 중요”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24일 “강(强)달러는 미국 및 세계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는 신뢰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역할을 지지하는 특별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G20 정상들은 중국은 거대한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내수를 진작하고, 미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저축을 장려하고 재정 지출의 원칙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 수백 명 격렬 시위

급진적 진보단체, 반(反)자본주의 단체들의 격렬한 시위가 재연됐다. 회의장인 컨벤션센터에서 1.5km가량 떨어진 곳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쓰레기통과 돌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했다.

한편 퍼스트레이디들은 25일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박물관을 방문해 신랄한 정치풍자 만화들을 감상했다. 피츠버그는 워홀의 고향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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