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독일 총선 개표 결과 좌우대연정에서 보수연정으로 바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친기업적인 자민당(FDP)이 중도우파연정 구성을 위한 안정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11년 만에 독일에 보수정권이 복귀한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독일 국민들은 새 연정이 빨리 출범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수주일 내로 새로운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약한 대로) 감세 조치를 2011년 또는 2012년부터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의 감세 반대론에 대해서는 “감세는 경기회복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세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유럽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신호는 2007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도 거론됐다. 전임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우파이긴 하지만 상당 기간(1997∼2002년) 리오넬 조스팽 총리와 좌우 동거정부를 꾸렸고, 초반 개혁에 실패한 뒤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시라크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표방하고 영미에 가까운 우파적 색채를 도입했다.
만약 내년에 실시되는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집권한다면 유럽연합(EU)은 세 강대국에 우파정권이 들어서는 특이한 시대를 맞게 된다. 고든 브라운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여론조사가 실시된 이후 역대 최저의 지지도를 얻고 있는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가 이끄는 보수당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서 좌파의 몰락은 공교롭게도 좌파의 모델이었던 북유럽에서 시작했다. 2001년 덴마크에 중도우파 정부가 들어선 데 이어 2006년 스웨덴에서도 예란 페르손 총리가 우파에 패했다. 2007년 프랑스에서는 우파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했고 이번에 독일에서 대연정의 형태로 정부에 남아 있던 좌파인 사민당이 탈락했다. 최근 우파의 집권은 과거 신보수주의와 달리 제3의 길처럼 중도를 표방한 데 힘입은 바 크다. 독일 기민당은 메르켈 총리가 중도를 앞세웠고 영국의 보수당 역시 캐머런 당수가 ‘따뜻한 보수주의’를 표방하며 대처 전 총리의 냉혈한 보수주의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많은 좌파 정치인을 각료로 두고 있다.
제3의 길은 스페인에서도 퇴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의 블레어’로 불리는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의 사회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우파연합에 가까스로 승리했다. 스페인과 투표 성향이 비슷한 포르투갈에서는 27일 집권 사회당이 36.5%를 얻어 승리했으나 과거와는 달리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정권이 지난해 들어섰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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