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와 주가 급락사태를 맞은 일본 금융시장을 둘러싸고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 재무상과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상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일본 언론은 29일 금융시장의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할 담당 각료들이 말을 함부로 하는 바람에 되레 불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후지이 재무상은 8개월 만에 달러당 한때 88엔대 중반까지 엔화 가치가 치솟은 28일에도 “인위적 환율정책은 비정상적이다. 지금은 이상이 없다”고 말해 엔화 급등을 부채질했다. 그의 발언이 엔고가 더욱 진행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짐에 따라 시장 관계자들은 엔의 매집에 나섰다. 이에 언론과 금융시장에서는 “국가의 금융정책을 책임진 사람이 바람직한 환율수준이나 정부 개입문제에 대해 속내를 드러내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취임 일성으로 “중소기업과 서민 대출금 상환을 3년 유예하겠다”고 공언한 가메이 금융상은 이보다 더 심한 경우다. 금융시장은 물론 내각에서조차 부정적 반응이 잇따르자 그는 “금융상은 나다. 정책이 싫으면 나를 자르면 될 것 아니냐”며 더욱 강공으로 나와 연립정권 내부 조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29일자 사설에서 “사적 계약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반시장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고, 요미우리신문은 “재무상과 금융상의 가벼운 입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해졌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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