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뉴욕 한인타운에 있는 프랜시스 루이스 하이스쿨의 심각한 과밀학급 문제를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이 학교 정원은 2400명. 그러나 현재 인원 수는 거의 두배인 4600명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교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소화할 수 없어서 점심시간을 오전 8시57분부터 오후 2시46분까지 7차례 나눠 시작하고 있다. 첫 수업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오전 7시, 가장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은 오후 7시까지 학교에 머문다. 미국 학교로는 보기드물게 일출부터 일몰까지 학교 수업이 진행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가 이날 A섹션 1면에 실은 이 학교의 사진은 충격적이다.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이 거의 밀려다니기 때문이다. 타임스는 “학생들이 오전 9시도 안됐는데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플라스틱 접시를 들고 학교식당에 줄을 길게 늘어섰다”고 아침의 점심식사 풍경을 묘사했다.
일부 과학과목은 작은 교실에 학생들이 빽빽이 차있지만 환기조차 되지 않는다. 겨울이 되면 혼잡은 극에 달한다. 눈이 오거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학교밖에서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프랜시스 루이스 고교가 질이 낮은 학교는 아니다. 타임스는 뉴욕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립학교 중 하나로 지난해 지원자가 1만3000명으로 경쟁률이 10대1을 넘었다고 소개했다. 정원을 밑도는 인근의 자마이카와 존 바우니 하이스쿨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뉴욕시의 공립학교들은 2년전에 비해 약 20%가 정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시스 루이스를 포함한 9개 학교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프랜시스 루이스의 무사 알리 샤마 교장은 “학교가 좋기 때문에 이곳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많고 자연히 학생수가 많아졌다”면서 “학교 규모를 키워나가면서 질을 유지하는게 과제”라고 말했다.
4600명의 학생들을 소화하기 위해 이 학교는 하루 수업시간이 14교시까지 있다. 뉴욕의 학교로는 일일 최다숫자다. 하지만 수업시간을 많이 늘린 덕분에 교실당 학생수는 34명을 넘지 않는다.
아침에 시작하는 점심식사를 위해 학교측은 베이글과 크로와상, 베이컨, 계란 등을 일찍부터 준비한다. 식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6시간 판매하는 프렌치 프라이다.
첫 번째 점심에 식사하는 380명 중 한명인 재스민 세피다(15)는 “아침에 일어난지 세시간만에 점심을 먹는다”면서 “배고프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브루클린의 이스트뉴욕에 사는 세피다는 “점심식사를 하고 8교시를 더 해야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먹는다‘고 귀띔했다.
‘아침형 점심’을 먹는 학생들은 첫 3주간은 적응의 노력이 필요했다. 일부는 아침에 집에서 커피만 마시고 나오고 오후 3시 수업이 끝나면 바로 아비스 식당으로 몰려가 바비큐 샌드위치와 프렌치프라이를 허겁지겁 먹는다.
그러나 재스민을 비롯한 일부 학생들은 범죄학과 심리학, 생명윤리, 에어로빅 등 프랜시스 루이스의 장점인 방과후 선택과목을 듣는다. 이 학교의 정시 졸업률은 81%로 뉴욕시 평균 56%를 크게 상회한다.
퀸즈 아스토리아에서 버스로 통학하는 닐다 지미네스는 “학교가 장점이 많지만 너무 학생이 많다. 복도에서 부딪치지 않고 걸었으면 좋겠다”고 불평했다. 지난해 지미네스는 방과 후 클럽활동을 하지 못했다. 수업이 오후 5시까지 편성됐기 때문이다.
지미네스는 “우리도 다른 큰 학교처럼 프롬파티도 하고 농구경기도 보고 클럽활동도 하고 싶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당장은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뉴욕시 거주자에게는 누구든 개방된 맨해튼의 학교와는 달리 프랜시스 루이스를 비롯한 퀸즈 지역 학교들은 거주지별 배정 쿼터가 있다. 올해 이 학교가 학생 100명에 대해 거주지를 조사한 결과 절반이 다른 지역에 거주해 다른 곳으로 옮겨가라고 요구했다.
학생담당 필리스 바사니 교사는 10학년 딸의 전학을 위해 찾아온 엄마와 상담하면서 “우리 학교는 너무너무 학생들이 많아 곤란하다”고 말했다. 딸 니나(15)를 대동하고 학교에 온 이 엄마는 “한명을 더 넣을 여유가 없냐. 정말 한명인데..”하고 통사정을 했다.
현재 이 학교는 학생들의 절반이 허용 지역 이외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국의 엘리자베스 샤바라 씨는 “프랜시스 루이스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인근 거주자들이 노력을 하는게 사실”이라며 “공정성의 차원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졸업반인 애슐리 쉬워츠는 “복잡한게 장점도 있다. 복도에서 어깨를 부딛친 인연으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나는 친구가 많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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