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의 부실과 거액의 보너스 지급 사실을 알면서도 주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CEO·62·사진)가 결국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1969년 일반 행원으로 입사한 뒤 CEO 자리에까지 올라 BOA 임직원들 사이에서 ‘성공신화’로 불리던 루이스 CEO가 불명예 퇴진하게 된 것이다.
루이스 CEO는 30일(현지 시간) 올해 말까지 사임할 것이라는 뜻을 은행 이사회에 밝혔고 이사회가 이를 수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루이스 CEO는 2001년 BOA의 CEO를 맡은 뒤 2008년 7월 컨트리와이드를 40억 달러에 인수하고 지난해 말 메릴린치를 19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BOA를 자산 규모 기준 미국 최대 은행으로 키웠다.
하지만 메릴린치 인수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뉴욕주검찰은 루이스 CEO가 2008년 4분기(10∼12월)에 메릴린치가 기록한 150억 달러 정도의 막대한 손실과 메릴린치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관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루이스 CEO가 이 같은 정보를 공개했다면 주주들이 메릴린치 인수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주주들은 4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루이스 CEO의 회장직을 박탈했으며 이후 그는 CEO직만 유지해왔다.
또 검찰 조사과정에서 루이스 CEO가 메릴린치 부실이 너무 커 인수를 포기하려다 헨리 폴슨 당시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서 “메릴린치 인수를 포기하면 BOA의 CEO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는 사임 의사를 밝히기 전 지인에게 “메릴린치 문제로 정말 지쳤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추측이 돌고 있지만 은행 측은 “이사회나 금융감독 당국 등 어떤 곳에서도 사퇴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