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BOA 최고경영자 결국 사퇴

  • 입력 2009년 10월 2일 02시 59분


메릴린치 부실-거액 보너스 지급 은폐 혐의 검찰조사

메릴린치의 부실과 거액의 보너스 지급 사실을 알면서도 주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CEO·62·사진)가 결국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1969년 일반 행원으로 입사한 뒤 CEO 자리에까지 올라 BOA 임직원들 사이에서 ‘성공신화’로 불리던 루이스 CEO가 불명예 퇴진하게 된 것이다.

루이스 CEO는 30일(현지 시간) 올해 말까지 사임할 것이라는 뜻을 은행 이사회에 밝혔고 이사회가 이를 수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루이스 CEO는 2001년 BOA의 CEO를 맡은 뒤 2008년 7월 컨트리와이드를 40억 달러에 인수하고 지난해 말 메릴린치를 19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BOA를 자산 규모 기준 미국 최대 은행으로 키웠다.

하지만 메릴린치 인수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뉴욕주검찰은 루이스 CEO가 2008년 4분기(10∼12월)에 메릴린치가 기록한 150억 달러 정도의 막대한 손실과 메릴린치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관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루이스 CEO가 이 같은 정보를 공개했다면 주주들이 메릴린치 인수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주주들은 4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루이스 CEO의 회장직을 박탈했으며 이후 그는 CEO직만 유지해왔다.

또 검찰 조사과정에서 루이스 CEO가 메릴린치 부실이 너무 커 인수를 포기하려다 헨리 폴슨 당시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서 “메릴린치 인수를 포기하면 BOA의 CEO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는 사임 의사를 밝히기 전 지인에게 “메릴린치 문제로 정말 지쳤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추측이 돌고 있지만 은행 측은 “이사회나 금융감독 당국 등 어떤 곳에서도 사퇴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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