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현장 스케치
지난달 30일 강진이 땅을 뒤흔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주도 파당 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과 울음이 도시를 집어삼켰다. 호텔 병원 쇼핑몰 이슬람사원 등 500여 채의 건물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수천 명의 주민들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로와 다리가 끊어지고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놀란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로 도망쳤고 주요 도로는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뒤엉켰다. 거리 곳곳에는 무너진 건물 사이로 피가 흥건하고, 사지가 절단된 사람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파당 시 인근에는 1일 오전 8시 52분경 리히터 규모 6.8의 강력한 여진이 또다시 발생했다. 여진의 공포에 빠진 주민들은 폭우 속에서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공터나 야산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노숙을 하고 있다. 주유소에도 석유가 모두 동이 났으며, 정전으로 주유펌프가 작동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미국인 그레그 헌트 씨(38)는 “도시가 추악한 혼돈으로 가득 차 있다. 연료도 식량도 전기도 없기 때문에 상점마다 약탈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4명인 나사루딘 씨(45)는 구부러진 철근과 헝겊으로 만든 텐트에서 야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 텐트를 다른 3가족과 함께 쓰고 있다”며 “정부가 음식과 물, 야영 장비를 지원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조대들은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매몰자의 경우 통상 사건 발생 후 72시간이 고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데다 지진 여파로 전력마저 끊긴 상태여서 구조 작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수업을 듣던 학생 40여 명이 매몰된 학교 주변에서는 부모들이 밤새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안드리아니 씨(49)는 “어제부터 여기서 기다렸다. 딸이 살아 있기만 계속 기도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현지 TV에 따르면 부서진 건물 틈 사이로 매몰자의 손이나 발이 삐져나온 장면도 눈에 띄었다.
○…부산외국어대 교환학생으로 파당 시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 고용헌 씨(26)는 1일 “지진이 났을 때 눈앞에서 도로가 휘고 건물이 내려앉더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한때 연락이 두절됐던 한국외국어대 학생 1명을 포함해, 파당 시에 체류 중인 한국인 9명이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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