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참 재밌습니다. 한국 꼭 가보고 싶어요.”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전 중국 국가주석의 유일한 외손녀인 쿵둥메이(孔東梅·37·사진) 씨는 지난달 17일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쿵 씨는 마오 전 주석의 두 번째 부인이자 혁명동지인 허쯔전(賀子珍) 사이에서 태어난 리민(李敏·72) 씨의 딸이다.
이날 인터뷰는 쿵 씨가 2008년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 다산쯔(大山子) 798 예술특구에 문을 연 서점 쥐샹수우(菊香書屋)에서 진행됐다.
―마오 주석과 많이 닮았다.
“(하하) 그런 소리를 많이 듣는다. 위치는 다르지만 턱에 난 사마귀까지 비슷하다.”
―외할아버지가 중국을 세운 지 꼭 60년이 흘렀다.
“혁명세대들은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나처럼 3세대가 이미 중장년이 됐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혁명가의 후손으로 중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마오 전 주석의 업적을 평가해 달라.
“가족으로서 이야기하겠다. 외할아버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중국을 구했다. 당시 중국인은 반식민지 반봉건 아래 신음하고 있었다.”
―많은 중국 일반인이 마오 전 주석을 숭배한다고 들었다. 운전사들은 작은 동상 등 마오 관련 소품들을 차 안에 둔다고 한다.
“외할아버지는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이겼다. 또 약했지만 결국 강한 것을 눌렀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쿵 씨는 마오 전 주석의 외교생활을 그린 책 ‘세계를 변화시킨 날’ 등을 포함해 그와 관련해서 책 3권을 펴냈다.
―평범하게 사는 듯한데….
“우리 집안의 가훈은 ‘보통사람처럼 살자’다. 가족 모두 그렇게 살고 있다.”
마오 전 주석은 3명의 부인에게서 10명의 자녀를 뒀다. 자녀 5명이 혁명기에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또 장남 마오안잉(毛安英)은 6·25전쟁 때 미군 비행기의 폭격을 받아 숨졌고 북한에 묻혔다. 현재 그의 자녀 가운데 딸 2명이 생존해 있다. 문화대혁명의 주역이던 세 번째 부인 장칭(江靑)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리너(李訥·69) 씨와 쿵 씨의 어머니 리민 씨다. 이들은 마오 전 주석이 탄압을 피하려고 쓴 가명 리더성(李德勝)에서 성을 따 ‘리’씨가 됐다.
―가족 근황을 소개해 달라.
“어머니와 이모는 건강하다. 외할아버지의 손자손녀는 손자 3명과 손녀 1명 등 모두 4명이 있다. 사촌 큰오빠인 마오신위(毛新宇·39)는 중국 군사과학원에서 일한다. 나머지 2명은 사업을 하거나 회사원이다. 나는 둥룬쥐샹(東潤菊香)이란 문화사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에서는 저우언라이(周恩來) 등 혁명가들의 후손과 함께 자서전을 펴내고 있다.”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나.
“큰외삼촌(마오안잉) 묘소에 성묘하러 북한을 몇 번 다녀왔다. 재작년에는 직계와 방계를 모두 합쳐 30여 명이 성묘를 갔다. 북한에 대한 감정은 아무래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외할아버지는 한국과 전쟁을 벌였다. 한국에 대해선 어떤 느낌인가
“많은 사람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나 역시 좋아한다. 드라마 속 풍경이 아름답고 연기자들도 예쁘다.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다. 한국인의 서비스 정신은 아주 훌륭하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상당히 앞서 있다. 한국에 가보고 싶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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