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인들이 새겨야 할 오카다 外相의 과거사 인식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오카다 가쓰야 신임 일본 외상은 그제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해 사죄한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권에서 이에 반(反)하는 각료의 발언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전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기분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이제는 말보다 행동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자민당 정권은 극우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일본의 가해(加害) 책임’을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새로 출범한 민주당 정권의 외교 사령탑인 오카다 외상의 인식은 한국 중국 등 직접적 피해를 본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 역사를 직시하는 긍정적 인식이 일본 정부에 확고히 자리 잡을 때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은 ‘아시아 중시 외교’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한일 우호협력 관계가 한층 돈독해질 수 있다. 일본 국민 역시 오카다 외상의 과거사 인식을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오카다 외상은 역사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한중일 3국 공통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우선 3국의 역사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당장 공통의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해도 가해자인 일본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자세로 접근한다면 점차적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일본 못지않게 이웃나라들로부터 외면당했던 독일이 ‘가해의 역사’를 용기 있게 인정하면서 프랑스 영국 폴란드 등과 화해한 사실은 일본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의 관계 심화가 보여주듯 세계 곳곳에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이 손을 잡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갈수록 경제적 외교적 중요성이 높아지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중국 일본도 과거사의 질곡에서 벗어나 이런 물결에 동참해야 한다. 일본의 과거사 직시는 동북아 역내(域內) 협력을 막아온 최대의 장애물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오늘 서울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다음 날인 10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포함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일본의 정권교체 후 처음 열리는 일련의 정상회담이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성과를 거두면서 3국의 우의 증진에 기여하길 바란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 새 정부의 인식 개선으로 한일관계의 질적 발전을 기약할 여건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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