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초로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베제클리크 석굴벽화 보존 작업에 나선다.
베제클리크 석굴벽화는 둔황(敦煌) 석굴벽화과 함께 실크로드를 대표하는 문화재. 둔황 석굴벽화 보존작업은 그동안 미국의 게티연구소, 일본의 도쿄(東京)국립문화재연구소 등이 진행했으나 베제클리크 석굴벽화 보존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초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5년 일정의 ‘베제클리크 석굴사원 벽화 조사 및 보존협정’을 체결했다. 이어 1차 조사를 위해 조사단이 13일 현지로 출발했다.
베제클리크 석굴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 열강과 일본 탐험대에 의해 문화재 약탈이 자행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의 오타니(大谷) 탐험대는 베제클리크 석굴벽화를 비롯해 실크로드 곳곳의 문화재를 수집했다. 1916년 이 가운데 1400여 점이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기증됐고 이것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베제클리크 석굴사원 벽화 보존에 뛰어든 것은 기상이변으로 벽화 훼손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의 보존과학기술과 실크로드미술 연구 수준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를 이끌고 있는 중앙박물관의 민병훈 아시아부장(중앙아시아 미술사)은 “베제클리크 벽화는 오랜 세월 건조한 기후에 맞게 만들어진 문화재인데 최근 비가 자주 내리면서 빗물이 동굴 속으로 타고 들어가는 등 벽화 훼손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벽화 표면이 떨어져 나가는 데다 내부의 소금기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염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앙박물관은 이번 조사에서 일주일 동안 동굴 3곳 정도의 벽화를 골라 표면 안료 조사, 오염물 채취 및 오염 정도 점검 등 기초 조사를 벌인다. 이 같은 기초 조사를 토대로 안료 보존이나 오염물질 제거 방법 등을 찾아낼 계획이다.
조사단은 특히 고해상도의 과학수사 및 예술품용 적외선카메라로 벽화 곳곳을 촬영하는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의 이용희 연구원은 “베제클리크 석굴벽화는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차례 덧그린 것”이라면서 “이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선 적외선 촬영이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베제클리크 석굴은 불교 석굴에서 마니교 석굴로, 이것을 다시 불교 석굴로 바꾸면서 벽화를 개수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연구원은 “그 과정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면 석굴벽화 각각의 정확한 조성 연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추가 조사와 본격적인 보존작업에 들어간다. 비파괴 분석기, 형광 분석기, 자외선 분광 분석기 등 첨단 장비를 갖고 들어가 좀 더 과학적이고 정밀한 분석을 통해 보존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보존처리 대상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석굴 10여 곳. 민 부장은 “단순 보존처리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베제클리크 석굴벽화가 언제 어떻게 변해왔는지까지도 밝혀내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조사단은 이 같은 과정을 모두 기록해 2013년 한국어와 중국어로 보고서를 만들어 세계 학계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베제클리크 석굴:
신장위구르 자치구 투루판 지역에 있는 7∼12세기 석굴군. 전체 80여 개 석굴 가운데 50여 개의 석굴 내부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불교적인 벽화와 위구르족 마니교적인 벽화가 공존하지만 서원화(誓願畵)와 천불도(千佛圖) 같은 불화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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