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적자공항’ 공황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정-관-경 유착 결과 97곳 난립… 세계 세번째 많아…
국가 직영 26곳 중 20곳이 적자… 구조조정 골머리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항 대책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공항이 많이 들어선 데다 적자 공항이 속출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영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97개의 공항을 갖고 있다. 과거 자민당 정권과 항공 정책을 독점해온 ‘항공 관료’, 관련 기업 간의 정(政)-관(官)-경(經) 유착의 결과다. 정치인과 항공 관료가 연간 5000억 엔 규모의 공항정비 특별회계를 마련한 뒤 이 돈을 쓰기 위해 신규 공항 건설을 주도하면서 관련 기업에 특혜성 발주를 주고, 관료는 퇴직 후 이 기업에 낙하산 인사로 취직하는 연결고리가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왔다.

항공 관료들은 공항 건립 타당성 조사 결과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필요도 없는 공항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 왔다. 대표 사례가 내년 3월 도쿄와 붙어 있는 이바라키(茨城) 현에 개항하는 이바라키공항이다. 개항 5개월을 앞두고 있지만 취항하겠다는 항공사는 한국의 아시아나항공뿐이다. 당초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는 연간 80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로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바라키공항 건립을 주도한 옛 운수성의 항공국장은 퇴직 후 나리타공항 사장으로 낙하산을 탔다.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26개 공항의 수지 명세를 보면 착륙료와 시설이용료 등 자체 수입으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적자 공항이 20곳에 이른다. 최근 문을 연 시즈오카(靜岡)공항도 당초 예상에 비해 취항 항공사와 이용객이 턱없이 부족하다. 홋카이도(北海道) 동부의 데시카가(弟子屈)공항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지난달 폐쇄됐다.

공항 운영이 어려워지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항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일본 서부지역의 대표적 공항인 오사카(大阪) 간사이(關西)공항은 2000년 2000만 명을 넘던 승객이 2008년엔 1500만 명으로 줄었다. 간사이공항의 반경 25km 안에 오사카공항과 고베(神戶)공항이 자리 잡고 있어 수익 악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지사는 오사카공항을 폐쇄해서라도 간사이공항을 국제허브공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갈수록 승객이 줄어드는 간사이공항에 투자를 늘릴 수는 없다는 방침이어서 하시모토 지사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공항인 지바(千葉) 현 나리타(成田)공항과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의 확충 계획을 둘러싸고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또 지자체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은 12일 “하네다공항을 국제허브공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원래 허브공항으로 기대됐던 나리타공항은 도쿄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데다 이동 요금이 비싸 한국의 인천공항에 승객을 빼앗기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하네다공항은 도쿄 도심에서 전철로 20분 거리다. 그러자 지바 현이 발끈하고 나서 중앙정부 및 도쿄도와 대립하는 형국이다. 또 나리타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일본항공(JAL)과 하네다공항을 거점으로 둔 전일본항공(ANA)의 대립으로도 번졌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바로잡습니다▼

◇14일자 A18면 ‘일본 적자 공항’ 기사에서 ‘일본은 영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97개의 공항을 갖고 있다’는 틀렸기에 다음과 같이 바로잡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공항이 많은 나라는 미국이 1위로 1만5000개가 넘고 이어 브라질 멕시코 순이며 독일은 13위, 영국은 14위, 일본은 34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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