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로비문화 개혁” 팔 걷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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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로비스트 줄고 수입 감소… 겉으론 기 꺾인 모습
親민주 로비社는 활개… “정책 입김 더 세진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일성 중 하나는 ‘K스트리트 개혁’이었다. 변화와 개혁을 모토로 출범했던 지난해 대선 당시 주요 공약 중 하나가 ‘워싱턴을 바꾸겠다’는 것이었고 그 중심에는 로비문화를 확 뜯어 고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그는 기득권이 또 다른 권력을 낳고 돈 있는 자가 또다시 자신의 이익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로비스트 집단이라고 보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 등록된 로비스트의 경우 2년 동안은 자신이 몸담았던 로비 분야의 임명직에 기용될 수 없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윤리규정을 밝혔다. 또 하원의원의 경우 1년, 상원의원의 경우 2년 동안 동료의원을 상대로 한 로비 활동에 종사할 수 없도록 했다.

외형적으로 볼 때 K스트리트는 한풀 기가 꺾인 모습이다. 2007년 1만5000여 명이었던 로비스트는 현재 2200명 이상 줄어든 1만2800여 명 수준이다. 최대 로비업체로 불리는 패튼 보그스도 올해 상반기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진단은 조금 다르다. 패튼 보그스의 고문 겸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레이엄 위즈너 씨는 “미국의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고려할 때 로비업계는 상대적으로 덜 고전하고 있다”며 “보건의료, 신재생에너지, 환경 분야에서의 로비는 여전히 활발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성향의 로비업체가 퇴조한 자리를 친민주당 성향의 로비업체가 차지하는 현상도 눈에 띈다. 로비업계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권인수팀장으로 활동했던 존 포데스타 씨의 형인 토니 포데스타 씨가 운영하는 포데스타그룹이 잘나가는 것은 민주당의 백악관 및 상하 양원 장악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비서실장으로 15년 동안 활약했던 주디 레먼스 씨도 최근 둣코월드와이드사의 로비스트로 변신해 에너지, 환경, 보건 분야에서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활발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

퇴직 의원들의 로비회사행(行)도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998∼2004년 전직 의원 중 43%가 로비스트로 변신했으며 2008년에 의사당을 떠난 의원 중 공화당 출신 13명, 민주당 출신 3명이 대행정부 로비를 펼치는 회사에 고문 등으로 취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최고의 사교클럽인 메트로폴리탄그룹에서 만난 로비스트 A 씨는 “상원, 하원에 이은 제3원(院) 또는 입법, 행정, 사법, 언론에 이어 제5부(部)라고도 불리는 로비업계의 영향력은 여간해서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로비활동은 미국 수정헌법 1조에 규정된 청원권 차원에서 보장되는 활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치권에서는 잘나가는 로비회사들을 미니 중앙정보국(CIA)으로 부르기도 한다”며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물론 필요시 정치자금을 모아줄 수 있는 창구인 로비스트들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로비스트 B 씨는 “예산 집행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벌였던 로비가 쇠퇴한 반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로비는 수많은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고 있는 오바마 정부에서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K스트리트:
백악관에서 북쪽으로 세 블록 떨어진 거리의 이름.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기업, 자영업자, 노동단체 등 이익집단의 목소리는 물론 외국기업의 미국 의회에 대한 로비 및 그 집단을 상징하는 말로 통용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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