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20일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이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대표적인 자본주의 산업인 골프장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베트남 정부는 평균 일주일에 한 건꼴로 신규 골프장을 허가해줬다. 현재 베트남 전국에 걸쳐 140여 개의 골프장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1975년 베트남전쟁 종전 당시 골프장은 단 두 곳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골프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4년 전부터 골프장 건설 붐이 일었다. 현재 베트남에 있는 골프장은 200여 개. IHT는 “베트남 골프인구는 5000명 수준에 불과한데 골프장 수는 골프광이 많은 한국과 비슷한 규모이고, 중국과 비교해도 100개 정도밖에 처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편 베트남 골프장 개발업자들은 골프코스에 베트남의 공산주의 혁명 지도자이자 전쟁영웅인 호찌민 이름을 딴 ‘호찌민 골프 대장정’을 붙이기도 했다.
골프장 건설붐에 따른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한 골프장 건설은 다른 개발사업보다 세금이 적게 붙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의 대상으로까지 변질되고 있다. 골프장 주변은 호텔, 리조트, 공원, 오락시설을 갖춘 대규모 타운으로 개발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골프장 건설에 따른 환경오염과 식량안보 문제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 있는 것은 이 때문.
골프장 건설로 현지 농민들은 쌀값에 불과한 m²당 불과 2∼3달러씩 보상을 받고 쫓겨나고 있으며, 어떤 곳은 한 마을이 통째로 농토를 잃고 쫓겨나기도 한다. 여기에 베트남 산업화 과정에서 공장지대로 편입된 곳도 많아 쌀농사를 짓기 위한 논이 2000년도보다 100만 에이커(40억4692만7283㎡)가 줄어들었다. 심각한 물부족 현상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르안투안 칸토대 환경기술연구센터 연구원은 “18홀 골프 코스 한 곳이 하루 2만 가구가 사용할 물을 쓴다”며 “도시민이 사용할 물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건기에는 골프장 측과 주민들 사이에 심각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