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국방장관 ‘후텐마 비행장 이전’ 조율 실패

게이츠 “기존 합의대로… 대안없다”
기타자와 “이른 시일내 수정안 마련”

양국 ‘동상이몽’
21일 일본 방문 이틀째인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오른쪽)이 기타자와 도시미 일 방위상과 함께 도쿄 방위성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게이츠 장관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뒤 일본을 찾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첫 각료다. 도쿄=EPA 연합뉴스

20일 일본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이틀 동안 오키나와(沖繩) 현에 있는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를 집중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을 잇달아 만난 게이츠 장관은 일관되게 “후텐마 비행장을 2014년까지 오키나와 나고(名護) 시 미군 슈와브 기지로 옮기기로 한 2006년의 미일 합의를 이행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일본 측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미일 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가 매끄럽게 조율되지 못하면 향후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이 문제가 미일 관계의 가늠자로 떠오른 셈이다.

게이츠 장관은 21일 기타자와 방위상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존 합의대로 안 되면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괌 이전도 못하고 후텐마 토지를 오키나와 현에 반환하지도 않겠다”고 압박했다. 그는 몇 차례나 “다른 대안은 없다”며 자민당 시절 합의한 내용에 대한 하토야마 정부의 조기 추인을 촉구했다.

기타자와 방위상은 이날 “정부 방침을 빨리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기존 합의의 수정을 공약한 데다 내년 1월 현지 시장선거가 예정된 만큼 선거 결과를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던 기존 태도에서 약간 물러난 것이다. 앞서 게이츠 장관을 만난 하토야마 총리는 “오키나와 주민의 이해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답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으나 미국 측의 이해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의 우선 관심사는 후텐마보다 아프간 문제’라고 판단해 20일 게이츠 장관의 방일에 맞춰 “아프간 지원활동에 자위대 참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선수를 쳤으나 미국이 예상 외로 후텐마 문제에 강경하게 나오자 당황한 측면도 있다.

한편 오카다 외상은 이날 도쿄에서 한 연설에서 “자민당은 유엔보다는 일-미 안보 공조라는 틀 안에서 자위대를 활용해 왔지만 나는 일본이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엔의 활동에 자위대를 더 쉽게 파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마련을 검토하도록 외무성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