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세계경제는 여파가 남긴 여러 숙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출구전략의 타이밍과 국제공조 문제, 중국의 위안화 정책과 무역 불균형 문제,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감독 강화 등은 앞으로도 논란을 부를 핵심 이슈들이다. 국제경제의 거물들이 던진 화두를 정리해 본다.》“출구향해 뛰지 말고 걸어야” 스트로스칸 IMF 총재 “섣부른 낙관론 더블딥 초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3일 경기회복이 시작됐다고 ‘출구전략’을 빨리 실행하면 세계경제가 W자 형태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다시 침체되는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가진 강연에서 “세계경제 회복은 내년 1분기가 아닌 올해 말부터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은 여전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경기회복이 시작된 뒤 1년간 실업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업이 최악의 상황을 넘기기 전까지는 위기에서 빠져나왔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경기회복이 확실해졌다는 믿음이 생길 때까지 “우리는 ‘출구’를 향해 뛰지 말고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낙관론이 확산되고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공조의 길을 버리고 각자의 길을 모색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금융규제 감독할 법률 시급” 버냉키 美FRB 의장 “포괄적 개혁 위해 의회가 나서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3일(현지 시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미국의 금융 규제 시스템을 감독할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미 의회에 촉구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매사추세츠 주 채텀에서 열린 연준 콘퍼런스에서 “금융위기의 혼란이 가라앉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의회가 행동을 취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기관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포괄적인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의회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의회가 대형 금융회사들이 안전하게 파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재정위기를 맞은 은행에 취하는 조치와 비슷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장치를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납세자들이 아닌 금융업계에서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전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와 복잡한 업무체계를 가진 금융기관은 감독기구에 조사할 권한과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함께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中위안화 약세는 나쁜 행동” 크루그먼 美프린스턴대 교수 “다른 국가 성장에 타격”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중국의 환율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위안화 약세정책을 유지하는 중국의 ‘나쁜 행동’이 세계경제에 갈수록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제 문제는 세계가, 특히 미국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를 달러화에 고정시켜 약세를 유지함으로써 많은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가 전반적인 수요 부족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나쁜 일이며 다른 국가들의 성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미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환율정책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은 것에 “지금 농담하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또 미 정부가 중국이 달러 자산을 매도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중국의 달러 매도는 달러 약세로 이어져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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