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美기지 이전, 내가 결정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6일 03시 00분


“후텐마 비행장, 오키나와 밖 이전도 가능”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사진) 일본 총리가 미일관계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한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 이전과 관련해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릴 것”이라고 못 박았다. 최근 방일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일본 측에 비행장 이전과 관련한 기존 약속 이행을 촉구한 이후 관계 부처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자 총리가 직접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 중인 하토야마 총리는 24일 일본 기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기지 이전 문제는) 일미 합의, 총선 공약, 오키나와 주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내가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전 장소에 대해 “오키나와 현 밖으로의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오키나와 현 이외의 장소로 옮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결정 시기에 대해서도 “현재 다양한 조사를 진행 중인 단계이므로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방일할 때까지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의 이날 발언은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장소와 이전 시기를 놓고 관계 부처 간 정리되지 않은 다양한 견해가 쏟아져 혼란이 가중돼 총리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최근 일본을 방문해 자민당 정권과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게이츠 장관은 다음 달 12, 13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이전까지 결론을 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양국은 2006년 후텐마 비행장을 2014년까지 오키나와 내 나고(名護) 시 슈워브 미군 기지로 옮기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은 “비행장 이전과 관련해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다”며 미국 측의 조기 결론 요구를 수용할 뜻을 비쳤다. 또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오키나와 밖으로의 이전을 단념하는 대신 후텐마 비행장을 가데나(嘉手納) 기지와 통합하는 제3의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가데나 기지 통합안은 이미 자민당 정권 시절에 검토했다가 포기한 안으로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미군의 반발도 적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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