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거국정부 붕괴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무가베 대통령 합의안 무시
野 전현직 의원 10여명 체포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29년 동안 장기집권하고 있는 짐바브웨에 어렵게 출범한 거국정부가 8개월 만에 붕괴 위기에 놓였다.

짐바브웨 경찰은 모건 창기라이 총리가 이끌고 있는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의 사무실을 24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재무장관이자 MDC 사무총장인 텐다이 비티 씨는 BBC에 “숨겨둔 무기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50여 명의 경찰관이 사무실을 샅샅이 뒤진 뒤 MDC의 주요 문건들을 모두 가져갔다”며 “이번 일의 배후는 여당”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창기라이 총리는 16일 “당분간 거국정부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뒤 각료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창기라이 총리는 자신의 최측근이자 MDC 지도자인 로이 베넷 전 의원이 14일 내란 음모 및 불법 무기소지 혐의로 체포되는 등 거국정부 구성 뒤 10여 명의 MDC 전현직 의원들이 체포된 것에 불만을 드러내왔다.

짐바브웨는 2008년 3월 대선이 실시된 뒤 개표 부정 의혹과 야당 탄압으로 11개월간 극심한 정국 혼란을 겪다가 올 2월 무가베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ZANU-PF)과 MDC가 거국정부를 구성했지만 군, 경찰, 사법부는 여전히 여당이 장악하고 있다. 거국정부 출범 이후 여당이 중앙은행 총재, 검찰총장 등 요직 인선을 단독으로 강행하고, 새 대통령 선거를 위한 헌법 개정 등 주요 합의안을 이행하지 않아 여야 간 갈등이 계속돼 왔다.

무가베 대통령은 23일 TV 연설을 통해 “야당이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도 “여당이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거국정부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어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되거나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22일자 사설을 통해 “거국정부가 붕괴되면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짐바브웨 국민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거국정부가 출범하도록 중재했던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아프리카 남부 15개 국가의 협의체)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한다면 무가베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새로운 대선이 실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