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백신 턱없이 부족” 불안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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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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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차질로 목표 10분의 1도 확보 못해
접종 받으려 밤새워 줄서… 행사 잇단 취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신종 플루 백신이 당초 정부가 예상한 10분의 1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은 지금쯤 1억20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방침이었지만 현재 생산된 백신은 1600만 명분에 불과하다. 그나마 접종을 위해 현장에 배포된 백신은 1130만 명분에 그치고 있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 당국은 이달 말까지 확보 가능한 백신이 3000만 명분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은 연말까지 2억 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지만 백신 생산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면서 애를 먹고 있다.

백신 확보가 늦어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오히려 국민의 불안감을 더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버지니아 주 패어팩스 카운티에서는 국가비상상태 선포 직후인 24일 백신 접종 행사장에 사람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뉴욕 주에서는 의료종사원들부터 시작하기로 한 백신 접종 일정을 백신이 모자라 늦췄다. 백신 접종을 하는 곳에는 어디서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아예 밤을 새우기 위해 캠핑 도구를 갖추고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도 눈에 띈다.

신종 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핼러윈 파티뿐 아니라 학교 행사 및 생일 파티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임신부와 유아를 우선 접종한다는 방침이 정해지자 임신부라고 속이고 접종을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미 보건당국은 아직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은 신약인 페라미비르(Peramivir)를 중증 환자에게 긴급 사용할 수 있도록 비상 승인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백악관 측은 “비상사태는 의료진이 연방 절차를 따르지 않고 신속하게 돌볼 수 있는 행정조치일 뿐 특별히 우려할 만한 상황 진전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25일 “오바마 행정부가 신종 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의회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초당적 차원에서 기꺼이 응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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