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남북분단 35년만에 ‘통일 최대 호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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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쥔 그리스-터키 ‘터키 EU가입’ 놓고 밀월
남북 정권도 ‘親통일’… “지금 놓치면 영구분단”

“통일이냐, 영구 분단이냐.”

35년째 남북으로 분단된 키프로스가 통일협상을 진전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언제 통일이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먼저 이달 4일 그리스 총선에서 사회당이 승리한 것이 키프로스 통일협상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신임 총리는 “키프로스 통일 문제를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9일 총리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터키를 찾은 데 이어 19일 남키프로스를 방문해 디미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두 지도자는 “원칙적으로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는 키프로스 통일 문제를 방치하다시피 했던 이전 그리스 정부에 비해 진일보한 자세”라고 평가했다.

그리스계가 대부분인 남키프로스와 터키계가 대부분인 북키프로스의 통일 여부는 그리스와 터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런데 2004년 통일 국민투표에서 남키프로스가 반대해 통일이 무산되었던 적이 있어 이번에 재개된 통일협상에서 남키프로스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스의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 EU 가입을 염원하고 있는 터키는 EU가 가입조건의 하나로 내걸고 있는 키프로스 통일 문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남북 키프로스 간에도 활발하게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유엔의 중재 아래 통일협상이 재개된 이후 이달 27일까지 양국 정상은 40여 차례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협상은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북키프로스에 주둔하는 3만5000여 명의 터키군 철수 문제, 통일 이후 정부 구성방식 등이 주요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먼저 12월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터키의 EU 가입 문제에 진전이 없을 경우 키프로스 통일에 대한 터키 정부의 관심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내년 4월 실시되는 북키프로스 대선에서 친(親)통일 성향의 메흐메트 알리 탈라트 현 대통령이 패배하고, 통일에 반대하는 국민통합당의 데르비쉬 에로을루 대표가 집권할 것이 유력시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가 발행하는 월간지 월드투데이 11월호는 “탈라트 대통령 집권 중 통일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협상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안보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통일 문제에 적극적인 현 남북 키프로스 대통령들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키프로스의 영구 분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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