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신-구 정부 ‘정국 타개’ 극적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셀라야 대통령 복귀 길 열어


호세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57)을 권좌에서 쫓아낸 6월 쿠데타 이후 혼란을 겪어왔던 온두라스가 정국 불안을 끝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간 팽팽히 맞서왔던 현 과도정부와 셀라야 전 대통령 측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로베르토 미첼레티 임시대통령(66)은 29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양측 협상대표가 최종 합의안에 서명하기로 했다”며 “그간의 교착 상태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음을 밝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첼레티 대통령은 “현 정부가 협정 타결을 위해 ‘중대한 양보’를 했다”며 “해외 강대국들이 쿠데타 이후 가했던 제재 및 원조 중단도 해제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외신에 따르면 최종 협상안의 골자는 셀라야 전 대통령의 권좌 복귀 기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간 현 과도정부는 셀라야 대통령의 축출을 결정했던 대법원이 그의 복귀 역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안에서 대법원은 복귀 여부에 대한 권고안만 내고 의회가 권고안을 투표해 최종 결정하게끔 완화됐다. 또 과도정부와 전 정부가 권력을 분담해 공동정부를 수립한 뒤 다음 달 29일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 이 결과에 따를 방침이다. 셀라야 대통령 측도 “대통령 직에 복귀할 것을 낙관한다”며 합의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국과 중남미 국가 등도 환영을 표시했다. 온두라스의 회원국 자격을 무기한 정지시켰던 미주대륙 34개국 협의체인 미주기구(OAS)는 “온두라스와 온두라스 민주주의에 모두 이득이 되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파키스탄을 방문 중이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두 대통령과 온두라스 국민의 ‘역사적 합의’를 축하한다”며 “라틴아메리카에서 민주주의 질서가 무너진 뒤 협상과 대화로 위기를 극복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다. AP통신은 “셀라야 대통령의 권좌 복귀에 여전히 찬성하지 않는 대법원의 태도가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의회의 투표 결정이나 다가올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도 정국 안정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온두라스는 자신의 집권을 늘리려 개헌 국민투표를 시도한 셀라야 대통령에게 대법원이 반기를 들면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당시 해외로 쫓겨났던 셀라야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비밀리에 수도 테구시갈파로 돌아와 브라질대사관에 머물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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