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소신, 너무 나갔나?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후텐마기지 문제로 악화된 미일관계 개의치 않고
이번엔 “미군경비 삭감 등 포괄적 재검토” 불질러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29일 국회에서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경비 지원을 일부 삭감하는 등 미일동맹 관계를 포괄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키나와(沖繩) 현에 있는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로 미일 관계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경비 지원 삭감 문제는 양국 외교의 또 다른 불씨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일본의 부담을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재일미군 주둔 경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 측도 ‘(경비를) 가능한 한 효율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이 미일안전보장 협정 개정 50년이 되는 해인 만큼 주일미군 지위협정 등 동맹 방식을 포괄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발언의 파장을 의식한 듯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일동맹을 중시하는 것은 기본 전제”라고 했지만 “주일미군 주둔 경비에 대한 일본의 예산지원, 지위협정, 후텐마 기지 문제를 포괄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며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주일미군 주둔 비용의 일부를 1978년부터 부담해 왔다. 지원 내용을 보면 미군의 훈련비와 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직원 급여까지 포함돼 있어 일본에서는 미군을 위한 ‘배려 예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 지원금액은 1897억 엔(약 2조4600억 원)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는 하토야마 총리의 발언이 미국 측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다음 달 12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풀려야 할 긴장관계가 오히려 더 꼬이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전직 외무성 관료의 말을 빌려 “지금 하토야마 총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후텐마 기지 이전과 아프가니스탄 지원 등 현안을 먼저 확실히 처리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책 없이 새로운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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