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맞는 프랑스적 가치는 무엇인가. 학교에서 국가(國歌)는 의무적으로 불러야 하는가. 해외 이민자를 프랑스 사회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이슬람 여성의 몸을 덮는 의상을 금지해야 하나 허용해야 하나….’
프랑스가 이런 민감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민 대토론회를 연다고 AP통신이 2일 보도했다. 해외 이민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고 점차 희미해져가는 프랑스인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려는 작업으로 벌써부터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건드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토론회는 내년 1월 말까지 석 달간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열린다. 정치인 학생 학부모 교사 노조지도자 종교지도자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며 프랑스가 식민지로 지배했던 해외국가 국민의 의견도 반영할 예정이다. 인터넷 참여를 돕기 위해 2일 개설한 웹사이트에는 이미 3000건 이상의 의견이 올라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전했다. 에리크 베송 이민부 장관은 “프랑스 공동체의 미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민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토론회 개최에 찬성했으며 특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에서 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야당은 2010년 3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정부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회분열을 조장하려는 정치적 노림수라고 비난했다. 600만 명에 이르는 이슬람 인구 등 이민자에 대해 갖고 있는 불안감을 확산시켜 유권자들의 표심을 우파 지지 쪽으로 돌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좌파 진영은 “보수 성향의 사르코지 정부가 온 몸을 뒤덮는 이슬람 의상을 금지하는 한편 이민을 제한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이번 토론회가 마련됐다”며 “외국인 혐오증을 불러일으킬 조짐이 있다”고 했다. 또 ‘프랑스 정체성’을 집필한 정치역사학자 파트리크 베일 씨는 “국가 정체성 토론을 교육부나 문화부가 아닌 이민부에 맡긴 것은 위기의 근원이 해외 이민자에게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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