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업사태가 심화하면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2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1차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추가 부양책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지만 최근 2차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도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추가 경기부양책은 구체적이고 (목표가) 분명해야 할 것”이라며 “재정적자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2차 경기부양책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미국 정부의 종전 견해와는 다른 것이어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정부가 2월에 발표한 787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의 시행 기간은 18개월이며 9월 말까지 3990억 달러(50.7%)가 집행됐다.
논란이 증폭되자 상무부는 대변인을 통해 “로크 장관의 발언이 와전됐다”며 “1차 경기부양책과 같은 경기부양법안을 얘기한 것이 아니고 현재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조치들을 얘기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추가 경기부양책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당국자들의 발언은 로크 장관만이 아니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도 최근 “필요하다면 추가 부양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지난달 19일자에서 “백악관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비밀 경기부양책(stealth stimulus)’이라고 지칭했다.
미국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꺾일 줄 모르는 실업률 때문이다. 미국의 9월 실업률은 경기침체의 여파로 4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9.8%까지 치솟았다. 6일 발표될 10월 실업률은 9.9%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의 3분기(7∼9월) 성장률(3.5%)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은 경기부양 조치들 덕분이며 경기부양책이 없다면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미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2일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미국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높은 실업률을 잠재우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며 미국 정부와 의회의 추가적인 경기부양 노력을 촉구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의 경기부양책 규모는 매우 작다”며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수년간 고실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일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이 표면화되면서 기업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는 은행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요인이 여럿 있지만 미국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인 대규모 재정적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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