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보는 것까지 가르쳐 초선이 무슨 ‘초딩’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日 오자와 ‘의원 군기잡기’에 불만 봇물

일본 민주당의 실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최근 초선의원들에게 초등학생 훈련시키듯 ‘스파르타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8·30 총선을 통해 처음 배지를 단 민주당 초선의원 143명 중에는 사회경험이 풍부한 중년층 이상이 대다수여서 초선 군기잡기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오자와 간사장은 초선 143명을 10개 반으로 나누고 반별로 다선의원 2명씩을 ‘담임’으로 붙여 ‘기초교육’을 시키고 있다. 교육에 불참한 초선은 이름을 적어놨다가 따로 불러 엄중하게 경고한다. 교육 내용 중에는 “화장실에서 한꺼번에 일렬로 서서 소변을 보지 마라”거나 “의사당에서 우르르 뛰어다니지 마라” “인사할 때는 깍듯하게 하라” 등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만한 기초예절까지 포함돼 있다. 민주당 공약을 철저히 암기하고 개인 주장을 언론에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초선의원을 이처럼 엄하게 교육하는 것은 2005년 총선에서 처음 배지를 달았던 83명의 ‘고이즈미 칠드런’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몰락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초선의원들의 섣부른 행동거지로 정권의 이미지를 흐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탈(脫)관료주의와 정치 주도 국정운영을 위해선 의원들이 정책에 대해 철저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초선 교육의 주요 원인이다. 모름지기 초선의원은 정치보다는 정책을, 중앙 정치보다는 지역구 챙기기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게 오자와 간사장의 지론이다. 그가 총선 직후 직계 초선의원들에게 “정권 출범 후 첫 국회가 열릴 때까지 도쿄에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집권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어설픈 주장을 중구난방으로 내놓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옹호론도 있으나 의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오자와 당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있다. 60대의 한 초선의원은 어린애 취급을 받는 데 대해 “필요한 말 외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고 불평했다고 도쿄신문이 4일 전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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