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미얀마 해빙모드로…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캠벨차관보 방문 “양국 관계개선 준비 돼있다”
미얀마 군부, 수치여사 연금 일부 해제 등 화답

4일 테인 세인 미얀마 총리(왼쪽)가 미얀마를 방문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맞으며 악수하고 있다. 캠벨 차관보는 3일 사절단을 이끌고 도착해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야당 지도자들을 만났지만 군정 최고 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은 만나지 못했다. 네이피도=AP 연합뉴스
4일 테인 세인 미얀마 총리(왼쪽)가 미얀마를 방문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맞으며 악수하고 있다. 캠벨 차관보는 3일 사절단을 이끌고 도착해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야당 지도자들을 만났지만 군정 최고 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은 만나지 못했다. 네이피도=AP 연합뉴스
미국이 그동안 불편한 관계였던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정도 자택 연금 상태인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대외활동을 일부 허용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변화에 화답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미얀마를 방문했던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4일 오후 출국에 앞서 “미국은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양국 관계 개선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토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새 정책은 인권과 수치 여사를 포함한 정치범 석방, 민주적인 개혁 촉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차관보 이상의 고위관료가 미얀마를 찾은 것은 14년 만이다. 앞서 1995년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미얀마를 방문했었다.

캠벨 차관보의 방문은 미얀마에 대한 고립정책만을 고수했던 조지 W 부시 전임 행정부의 정책이 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미얀마 군부가 수치 여사를 포함한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공정한 선거를 보장할 때까지 제재를 계속하는 동시에 대화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태도 변화에 미얀마도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화답하고 있다. 캠벨 차관보의 방문에 앞서 미얀마 군부는 수감 중인 정치범 2100여 명 중 128명을 석방했다. 또 캠벨 차관보가 2시간 동안 수치 여사와 면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8월에도 미얀마를 방문한 짐 웹 미 상원의원이 수치 여사를 면담했었다. 같은 달 미얀마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수치 여사와의 면담을 허용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 측 고위 인사들에게 상당한 호의를 베푼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 조건으로 대북제재가 담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및 1874호를 준수하며 북한과의 군사 및 핵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정이 이처럼 미국의 조건을 다 수용하면서까지 유화 제스처를 던지는 이유는 내년에 진행될 총선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속셈이라고 BBC방송은 전했다.

한편 미국과 미얀마의 변화는 북한에도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 미얀마와 북한은 군부가 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폐쇄국가일 뿐 아니라 중국의 강력한 후원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국은 그동안 미국의 제재에도 핵 협력과 군사터널 공동 건설 등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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