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거래 14명 추가 기소
가명 쓰고 대포폰까지 동원
국민 세금으로 살려놨더니
또 연말 거액 보너스 잔치
미국 월가가 “파렴치하다”는 소리를 또다시 듣게 됐다.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든 금융·법률 엘리트들의 추악한 내부자거래의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난 데 이어 연말 보너스를 40%나 올렸다. 월가가 구제금융이라는 명목으로 국민 세금 7000억 달러(약 817조 원)를 받고 난 뒤 한 일들이다. 이 와중에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직원들은 신종 인플루엔자 접종 우선순위도 아니면서 백신을 공급받았다는 보도까지 터져 나왔다.
○ 추악한 월가
월가의 불법 내부자거래를 수사 중인 미 연방 검찰이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전직 애널리스트와 헤지펀드 매니저, 변호사 2명 등 14명을 기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6일 1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지난달 16일 헤지펀드 그룹 갤리언의 투자책임자 라지 라자라트남 등 6명이 미 헤지펀드 사상 최대의 불법 내부자거래 혐의로 체포된 지 3주 만이다. 이에 따라 월가의 내부자거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20명으로 늘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피해금액은 5200만 달러(약 600억 원)에 이른다.
프리트 바라라 연방검사는 기자회견에서 “라자라트남 체포는 월가를 잠에서 깨운 벨소리였다. (그런데) 이번엔 소리가 좀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인들은 단속을 피하려고 가명을 쓰거나 추적이 어려운 선불 휴대전화(대포폰)를 사용하는 등 마약 밀매업자들의 수법을 따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검찰도 법원이 승인한 감청과 비밀 녹음기 등을 이용해 수사했다.
피고인 중 뉴욕 트레이딩업체 인크리멘털 캐피털의 즈비 고퍼 매니저는 1100만 달러의 이득을 취한 내부자거래 네트워크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가 막대한 내부자거래 정보를 갖고 있어 별명이 ‘문어발’이었다고 전했다.
○ 탐욕의 월가
전 세계엔 혹독한 경제위기 한파가 여전한데 월가의 연말은 따뜻할 것 같다. AP통신은 5일 “올 들어 투자 금융 산업이 회복되면서 몇몇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들과 주식 거래 담당자들에게 ‘빅 보너스’가 돌아왔다”고 전했다.
급여 컨설팅 업체인 존슨어소시에이츠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월가의 연말 보너스가 지난해보다 평균 4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거품이 극에 달했던 2006, 2007년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해 위기 이후 가장 많은 보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전했다. 보너스는 연말까지의 실적에 따라 내년 초 지급되는데 직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채권, 상품, 외환, 주식 거래 담당자들의 경우 시장이 회복되는 정도에 따라 최대 60%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월가의 고액 보너스 방침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국민의 혈세를 공적자금으로 수혈 받은 금융산업의 회복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위기 대응을 잘못했다는 비난에 빠질 수 있다. AP통신은 미국의 실업률이 10%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지난해 월가는 뉴욕의 직원들에게 200억 달러에 이르는 현금과 수십억 달러의 주식 등을 보너스로 지급한 바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