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로 세계 주요국에 비상이 걸렸다. 경제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 씀씀이가 커지면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G20)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확실한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경기부양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각국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일본 영국 프랑스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늘어만 가는 재정적자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16개 유로존 국가의 급증하는 재정적자에 우려를 표시했다.
EU의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에 따라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해야 하지만 올해 이 기준을 지킬 수 있는 국가는 3개국에 불과하며 내년에는 16개국 모두 기준선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내년에 아일랜드(GDP 대비 14.7%)와 그리스(12.2%)의 상황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지적됐다.
유럽의 우량국가였던 독일은 이미 재정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지난달 말 출범한 독일 보수 연정이 대규모 감세계획을 발표해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독일의 올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4%, 내년에는 6%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프랑스의 재정적자도 GDP 대비 7%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금융회사 구제에 적극 나섰던 영국의 재정적자는 올해 GDP의 12%를 기록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영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07년 46.9%에서 10년 후인 2017년 1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경제위기 극복에 따른 재정 지출에다 사회보장비 증가로 재정 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일본의 재정적자가 GDP 대비 10.5%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7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중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중국 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7∼9월)까지 중국의 재정지출은 4조52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24.1% 증가했다. 중국 언론은 중국의 재정적자가 올해 9500억 위안에 이르고 내년에는 1조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들의 재정적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재정적자가 늘면 이를 메우기 위한 국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시장 금리가 오르게 되고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 수입을 늘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소비자의 이자와 세금 부담이 늘면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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