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라크 바그다드 경찰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렸다. 운동장에서 행진하는 대열에서 군복에 군화를 착용한 여성 50명이 중위 견장을 달고 지나가는 모습이 가장 이채로웠다. 이들은 이라크 경찰학교가 배출한 첫 여성 엘리트 경찰관이다.
졸업식이 끝난 뒤 이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절반 정도는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 위에 베레모를 쓰기도 했지만 절반은 히잡을 쓰지 않았다. 졸업생 팔레흐 중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경찰이 되는 게 소원이었는데 소원을 풀었다”면서 “공무원이 되려 하는 다른 여성들에게 우리가 용기를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원리주의가 판을 치는 이라크에서 여성이 경찰관이 된다는 것은 목숨을 내건 도전이다. 실제로 경찰학교에 입학한 여성들에게는 온갖 위협과 모욕이 뒤따랐다. 심지어 고향마을에서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이 이겨내야 했던 것이 외부의 위협뿐만은 아니었다. 멀리뛰기, 기어오르기, 사격 등 고된 훈련은 여성에게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남성과 똑같은 9개월 과정을 이겨냈다. 남성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했지만 여성들은 기숙사가 없어서 매일 집에서 통학해야 했다. 오전 4시에 별을 보고 나와 다시 별을 보고 돌아가는 대원도 있었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졸업한 이들은 앞으로 ‘암사자’ 그룹으로 불린다. 과학수사, 여성 상담 등 남성이 하기 힘든 분야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경찰학교 측은 내년에 100명의 여경 지망생이 입학한다고 밝혔다.
여경들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이라크에서 경찰은 월급이 가장 많은 직업군에 들지만 위험이 가장 높은 직업이기도 하다. 경찰을 노린 자폭테러도 끊이지 않는다. 졸업식이 열리는 날에도 북부 모술의 한 경찰서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경찰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다행히 이라크의 치안은 과거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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