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생한 미국 포트후드 기지 참사사건의 범인을 제압한 ‘영웅’은 두 딸의 엄마인 킴벌리 먼리 경사(사진)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범인 니달 말리크 하산 소령을 현장에서 쓰러뜨린 경찰은 먼리 경사가 아니라 마크 토드 선임경사(42)였다는 한 목격자의 증언을 12일 보도했다. 최근 가짜 ‘열기구 소년’ 사건을 비롯해 일련의 거짓말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미국에서 먼리 경사마저 ‘조작된 영웅’으로 전락할지 미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목격자는 사건 당일 현장 근처를 지나다 하산 소령과 먼리 경사가 맞닥뜨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하산 소령은 먼리 경사에게 여러 발의 총을 쐈고, 먼리 경사는 다리와 한쪽 손목에 총을 맞고 쓰러져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하산 소령이 먼리 경사에게서 등을 돌려 권총에 새 탄창을 갈아 끼우는 동안 토드 경사가 나타나 여러 발의 총을 쏴서 하산 소령을 쓰러뜨렸다는 것이다. 이는 먼리 경사가 총을 맞고도 굴하지 않고 하산 소령을 진압했다는 군 당국의 공식 발표를 뒤집는 증언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포트후드 기지와 국방부 관계자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토드 선임경사는 보도가 나기 전인 11일 유명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 먼리 경사와 함께 출연해 “하산 소령에게 총을 쐈으며, 그의 총을 발로 걷어내고 수갑을 채웠다”고 말했다. 먼리 경사는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며 “범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자마자 총격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군이 사건의 정황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한 사람을 영웅시했다며 이번 사건은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제시카 린치 일병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군은 적진에 혼자 남겨진 린치 일병이 영웅적으로 저항하다 사로잡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린치 일병은 매복 중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어 이라크군이 치료까지 해준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가짜 영웅 만들기’라는 비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