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민은행 “달러外 주요 통화와도 연동 고려” 중국을 상대로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주요국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통화당국이 내년도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11일 발표한 3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서 “국제자본의 흐름과 주요 통화 추세의 변화를 감안해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며 위안화 환율을 달러만이 아닌 주요 통화와 연동해 책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경제전문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16개월간 미국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83위안으로 사실상 고정해 온 데에서 탈피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박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방문 시 환율 문제를 집중 거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요 강대국인 두 나라의 경제 불균형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양국 간에 매우 큰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이 문제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고, 중국 대표단과의 대화에서도 이를 핵심 의제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21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싱가포르 정상회의를 앞두고 마련한 성명 초안에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금리와 환율의 융통성이 중요하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중국의 위안화 절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FT와 다우존스통신이 12일 분석했다. 실제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위안화가 심각하게 평가 절하돼 있다”고 지적했다. 동석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차관도 “정부가 자국 통화를 약하게 유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 위안화는 지금보다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유럽에서는 이번 주부터 이른바 ‘유럽연합(EU) 경제 3인방’이 본격적인 위안화 절상 로비활동에 들어간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유로 통화를 쓰는 16개국) 재무장관회의 의장,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호아킨 알무니아 EU집행위원회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 등 3인방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관계자들을 압박할 계획이다. 지난해 EU의 대중무역 적자는 1640억 유로. EU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강화하고 있어 환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무역 전쟁이 심화될 판이다.
중국의 환율 절상에 대한 지구촌의 전방위 압박은 글로벌 경기침체 극복 방안으로 경제 불균형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G20은 9월 미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의 해법으로 중국의 수입 및 내수 확대를 통해 무역불균형을 해소할 것을 제안했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지금까지는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미국과 유럽의 요구를 무시해 왔더라도 G20 요구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