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무기중개상 카쇼기, 재기 꿈꾸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파산 이후 컨설턴트로 나서
1980년대 국제 무기중개상으로 이름을 떨쳤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호 아드난 카쇼기 씨(74·사진)가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카쇼기 씨는 1986년 미국이 인질 구출을 위해 비밀리에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이란-콘트라 사건을 비롯해 20세기 주요 무기 스캔들에 연루됐으나 한 번도 유죄 선고를 받지 않은 전설적인 인물. 한때 미국인 부인과 헤어질 때 1억 달러 이상의 위자료를 청구당할 정도로 거부였던 그는 1987년 미국 내 지주회사가 파산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카쇼기 씨는 이번에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직접 무기중개상으로 나서는 대신 과거 무기중개상을 하면서 구축한 인맥들을 활용해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회사가 파산한 뒤 유일하게 남은 부동산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치한 자택에 머물며 고객들을 위한 컨설팅 업무를 시작했다. 컨설팅 제공 대가는 과거처럼 수수료가 아니라 실적에 따라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전용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녔던 그는 요즘 일반 여객기를 타는 신세로 변했다. 한때는 유명한 난봉꾼이었지만 건강도 안 좋아져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있다.

카쇼기 씨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놀라운 돈벌이 수완을 발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재학 시절 중형 트럭을 오사마 빈 라덴의 아버지인 무함마드 빈 라덴에게 팔아 15만 달러를 벌었고 이후 오일머니로 군사력을 키우려는 사우디 왕가와 미국 무기업체를 연결해주는 무기중개상으로 활동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세계 곳곳에 대저택을 구입하고 생일에는 세계적인 록밴드 ‘퀸’을 불러 파티를 열었다. 카쇼기 씨는 리야드에서 만난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무기중개로 돈을 번 것과 관련해 “무슨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돈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절대적인 것을 얻는 확실한 수단이 돈”이라고 돈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그는 “내 철학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발생한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나는 현 상태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제 무기중개상이란 호칭 대신 ‘미스터 픽스 잇(Mr. Fix It)’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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