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전면협력” 강조한 오바마, 인권 거론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취임후 첫 방중… 경제-안보-기후변화 공조 등 전방위 논의
WSJ “탈북자 거론해야”… 무역분쟁 진화해법 초미의 관심

취임 후 첫 중국 방문 길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 상하이(上海)에 도착해 3박 4일의 일정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가진 연설에서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좀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하며,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방중 기간에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 “미중 협력 없이 세계 문제 해결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14일 도쿄 연설에서 자신을 ‘미국의 첫 태평양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데 대해 중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핵심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중국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어 미중 간 협력 없이는 21세기에는 세계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고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최근 중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자유무역, 지역 안전, 기후변화, 청정에너지, 핵 확산 및 안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미중 관계가 과거에는 서로 ‘억제와 갈등’의 관계였다면 앞으로는 ‘전면적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으로 우호 분위기가 높아질 것을 기대했다.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맹자의 한 구절(산속에 사람이 자주 다니면 길이 나고, 다니지 않으면 풀로 막힌다)을 들어 이번 방중이 미중 간 새로운 관계를 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강대하고 번영하는 중국의 부상은 국제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해 일부에서 제기되는 양국 간 패권 다툼보다는 협력에 비중을 두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상하이 지역 대학생 600여 명과 직접 대화의 자리를 갖고 양국 간 이해를 높이면서 미래 세대의 마음 잡기에 나설 예정이라고 신화통신은 풀이했다. 다만 미국이 요구하는 대화가 ‘무삭제 생방송 질의응답’이 될지는 미지수다.

○ 인권 제기 요구, 통상 마찰 등 험난한 가시밭길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 정부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라는 요구가 중국 안팎에서 이어져 오바마 대통령이 어느 수위로 대응할지 관심이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 자녀를 잃은 어머니들의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의 딩쯔린(丁子霖·72) 씨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중국 측에 류샤오보(劉曉波·54) 씨를 석방시켜 달라고 할 것을 요구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류 씨는 지난해 말 중국의 학자와 변호사 등 지식인들과 함께 중국의 공산당 일당독재 폐지와 민주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08헌장’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됐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 탈북자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5명이 북송되지 않도록 석방을 요청해 난민 인권 보호를 위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권 문제 거론 수위 및 방중 후 달라이 라마 면담 여부도 복병이다.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중을 마치고 돌아가 다음 달 달라이 라마를 면담할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 외교부는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으로 우호 분위기도 높아가고 있지만 반덤핑 관세 부과와 불공정 거래 조사를 시작하는 등 ‘무역 전쟁’을 방불케 하는 갈등도 점차 커지고 있다. 또 무역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미국 등 서방은 줄곧 위안화의 평가 절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18일에는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와 회담한 뒤 이날 오후 한국에 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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