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인사(人事)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백악관은 1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법률고문 그레그 크레이그(사진)의 사임을 발표했다. 1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래 백악관 최고위급 관료가 그만둔 것이다. 백악관 고위 인사의 퇴진은 지난 두 달 새 벌써 세 번째다. 10일에는 보수 성향의 TV 방송인 폭스뉴스를 “공화당의 선전대”라며 공개 비난했던 애니타 던 공보국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 9월에는 백악관 녹색 일자리 담당 차르였던 밴 존스가 폭스뉴스의 집요한 공격 끝에 사퇴했다. 2004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를 사전 인지했다는 주장에 동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게 치명타였다.
크레이그 고문의 사퇴는 본인과 백악관이 사퇴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더 논란이다. 크레이그 본인과 백악관은 공식 부인했지만,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유력 언론은 “그가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 폐쇄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사실상 밀려났다는 것이다. 크레이그 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표한 “관타나모 기지를 1년 안에 폐쇄하겠다”는 대통령령(Executive Order)의 초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의회의 반대 등 관타나모 기지 폐쇄에 따르는 복잡한 정치적 변수를 충분히 예상하지 못해 ‘1년 내 폐쇄’라는 대통령의 약속을 사실상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지인들은 ‘그가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반발도 거셌다. 크레이그 고문과 오랜 친구인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관타나모 기지 폐쇄가 진척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책임을 한 사람에게 묻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13일 밝혔다. 국제관계 전문 격월간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도 14일 “만약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전임 부시 행정부가 져야 한다”며 백악관의 사임 결정을 비판했다. 미 ABC방송은 “크레이그 고문의 사퇴설이 8월부터 돌았지만 그때마다 백악관은 부인했다”며 투명하지 못한 인사 처리 과정을 문제 삼았다.
크레이그 고문의 후임 인사 역시 논란을 부르고 있다. 백악관은 후임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대선 캠프 법률담당이자, 핵심 이너서클에 속하는 로버트 바우어 변호사를 임명했다. 그러나 정치 전문 인터넷매체인 폴리티코는 “선거법 전문가이자 당파성이 강한 그가 민감한 헌법 및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다뤄야 하는 대통령 법률고문으로 적임자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가 ‘보수언론과의 전쟁’의 첨병으로 나섰던 애니타 던 백악관 공보국장의 남편인 점도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워싱턴 파워 커플의 반쪽이 백악관을 나가자마자 다른 반쪽이 들어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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